"출퇴근·통학로인데 큰일날 뻔"…현장 감리자 "재발방지 최선"
"광주참사 며칠 됐다고" 가슴 쓸어내린 반포 주민들
"광주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이런 사고가 나나요.

사람이 깔렸으면 어떻게 됐겠어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팔레스호텔 철거 현장과 맞닿은 아파트 주민들은 11일 한밤중 난데없는 굉음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날 오전 1시 55분께 호텔 후면부에 설치된 약 10m 높이의 시스템 비계(작업자들이 높은 곳에서 딛고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발판)가 비바람에 흔들리다 아파트 쪽으로 무너졌다.

넘어진 비계는 철거 현장과 아파트 사이 폭 5m가량의 도로를 가로질러 아파트 주차장 외벽에 설치된 철제 가림막에 걸렸다.

사고가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발생해 다친 사람은 없었고,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도 가림막 덕에 파손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과 이틀 전 광주에서 발생한 '철거 건물 붕괴참사'가 떠올라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김모(52)씨는 "빗소리에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에 놀라 곧바로 가족들과 함께 주차장으로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에서 난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고, 어디서든 공사 현장에서 안전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장모(61)씨는 "비계가 덮친 도로는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출퇴근이나 통학을 하면서 많이들 다니는 길"이라며 "만약 조금만 늦게 사고가 났으면 출근하던 분들이 광주에서처럼 참변을 당했을 뻔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씨와 이웃 주민 90여명이 함께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서초구청에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채팅이 속속 올라왔다.

남은 철거 과정에서 추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주민 정모(63)씨는 "간밤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는데, 곧 닥칠 장마와 태풍에 비슷한 사고가 또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나"고 했다.

현장 감리자는 비계 일부가 고정되지 않은 탓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 대책 강화를 약속했다.

감리자 이모(59)씨는 "비계가 철거 건물 사면을 둘러싸고 결속이 돼야 했는데, 건물 뒤편에 5m 정도 연결되지 않은 곳이 있었다"며 "어젯밤부터 몇 시간 동안 강풍이 불다 보니 그 부분이 심하게 흔들리다가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계 사이는 방음용 패널로 막혀 있어 바람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진동 폭이 커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비계 연결부를 전면 재점검해서 문제가 있으면 해체 뒤 다시 작업할 것이고, 기존 계획보다 더욱 촘촘히 연결해서 절대 비슷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광주참사 며칠 됐다고" 가슴 쓸어내린 반포 주민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