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등엔 자격증명 정지…'승무시간 관리 부적절' 대한항공·아시아나도 과징금

기체 손상됐는데 그대로 비행…제주항공에 과징금 8억8천만원
국토교통부가 기체가 손상된 비행기를 수리하지 않고 운항한 제주항공에 과징금 8억8천800만 원을 부과하고 정비사와 조종사에게는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11일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비행기 안전 관리에 문제가 드러난 제주항공과 조종사 승무 시간 관리 문제로 지적을 받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과징금 9억4천1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련 조종사 등 항공종사자 4명에 대해서는 자격증명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심의위는 우선 제주항공과 관련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항공기 날개나 후방 동체 일부가 손상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비행한 3건의 위반 사례 가운데 2건에 대해 과징금 총 8억8천800만 원을 부과했다.

올해 3월 10일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항공기가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면서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왼쪽 날개 끝에 붙어있는 보조 날개인 '윙렛(Winglet)'이 손상됐다.

하지만 윙렛 손상에도 해당 여객기는 같은 날 김해공항을 다시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돌아갔으며, 제주항공은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윙렛 손상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과 관련 심의위는 제주항공에 과징금 6억6천600만 원을 부과했다.

또 2월 17일에는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 이륙 도중 동체 뒷부분에 부착된 범퍼인 테일 스키드(Tail Skid)가 활주로에 닿는 일도 있었는데, 이와 관련 심의위는 제주항공에 과징금 2억2천2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두 사건과 관련 항공기 손상 여부에 대한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정비사와 조종사에게는 자격증명 효력정지 30일 처분이 내려졌다.

이 외에도 제주항공은 접촉사고가 난 항공기를 운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3월 8일 제주공항에서는 지상 이동 중인 제주항공 여객기와 에어서울 여객기 간에 접촉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두 항공사 여객기 날개가 일부 손상됐는데도, 두 항공사는 손상 사실을 모른 채 여객기를 운항했다.

다만 심의위에서는 이 접촉사고에 대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규는 분명하지만, 적용조항 등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태"라며 "위규 사항에 대한 처분량 등을 반영해 다음 행심위에서 재심의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행계획 수립단계에서 조종사의 최대 승무 시간이 초과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추가 승무원 편조 없이 항공기를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항공에 과징금 3천300만 원, 아시아나항공에 과징금 2천만 원이 부과됐다.

이번 심의 결과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해당 항공사 및 항공종사자에게 통보한 후 처분에 대한 당사자의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오는 7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한 항공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항공사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고 있는 항공종사자에 대한 교육훈련 실태와 항공기 정비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감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