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한경DB
이재명 경기지사 /한경DB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부터 주창한 '전국민 1000만원 기본대출'이 마침내 이달 초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계'로 잘 알려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이 지난 2일 ‘기본대출법’으로 이름붙인 서민금융법 및 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인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이 지사가 지난해 불붙인 기본대출 논란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환불능 기본대출을 국가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5000만명 모두에게 1000만원의 저금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국가의 재정 부담은 상환불능자가 1000명 중 1명(0.1%)이라면 5000억원, 500명 중 1명(0.2%)이라면 1조원에 불과합니다”라고 썼지요.

또 “시중은행 연체율은 0.1~0.2% 수준이며 연체도 압류 등 강제집행으로 대부분 회수하니 최종 손해율은 매우 낮습니다”라고 기본대출의 정당성을 강하게 옹호했습니다.

과연 김병욱 의원이 낸 기본대출법은 어땠을까요. 법안에 따르면 일단 만 19~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1회에 한해 최대 1000만원(연 3% 금리)을 빌려주도록 했습니다. 첫 5년 동안은 이자만 내다가(5년 거치), 다음 5년 간 원리금을 나눠 갚는(5년 균등분할상환) 방식입니다.

햇살론 운영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서주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손실을 대신 보전해주는 구조입니다.

재원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김 의원은 시행 5년차까지 400만 명의 청년이 기본대출로 총 40조원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체율 10%를 가정할 때 신용보증에만 4조원, 이자율 차이 보전에는 연평균 1050억~36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요.

이 지사는 고작 1조원에 불과하다고 했던 재원이 갑자기 네 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인데요. 심지어 법안에서는 전국민도 아닌 19~34세 청년 400만명만 대상으로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물론 전국민으로 확대 시행(400만명→5000만명)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열배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이런 차이가 난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 지사의 연체율 가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지사는 고신용자 위주인 시중은행 연체율(0.1~0.2%)을 근거로 계산한 반면 김 의원 법안에서는 좀더 현실에 부합하는 수준인 10%가 제시됐지요.

심지어 이 지사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던 이자율 차이 보전까지 법안에 담았기 때문에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금융도 기본권"이라는 이 지사의 철학적 고민과 그 배경이 되고 있는 금융소외자들의 어려운 현실에는 저 역시 깊이 공감합니다.

그러나 유력 대권주자이자 현직 고위공직자인 이 지사께서 이 같은 뜻을 제대로 펼치시려면 좀더 정밀한 근거를 통해 지지자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