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그만 좀 와라"…역대 최다 강수에 편의점 울상인 이유 [박한신의 커머스톡]

봄이 지나고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곧 장마가 올 텐데, 이미 장마철을 겪은 느낌입니다. 올해 3~5월엔 비가 정말 많이 왔습니다. 올해 3~5월 전국 강수 일수는 29.2일이라고 합니다. 작년엔 19.9일이었고, 최근 5년 평균은 23.6일입니다. 특히 지난달 강수일은 14.5일로 1973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린 셈입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비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겠지만, 편의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점들은 비가 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합니다. 신기해서 이유를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우선 비 오는 날엔 유동인구가 줄어듭니다. 업계에선 ‘편의점=유동인구’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백화점이나 마트는 어차피 ‘목적 구매’가 많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날씨가 궂어도 차를 타고 가서 주차를 하고 물건을 차에 싣고 오면 됩니다. 편의점은 다릅니다. 편의점에 일부러 차를 타고 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지나가다가 목이 마르면 음료를 사고, 더우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출출하면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먹습니다. 비가 오면 이런 구매를 해줄 유동인구가 거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걸으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주변의 편의점을 인식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편의점에 들어올 확률이 적습니다. 각자의 목적지로 걸어가기 바쁘니 편의점에서 여유를 부릴 마음도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엔 유동인구가 많고 장사가 잘 되는 주말에 비가 자주 왔습니다. 오피스 집중 지역이 아니라면 보통 편의점은 목·금·토요일에 장사가 잘 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주말에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사라지니 편의점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지요. 점포가 특히 집중돼 있는 서울에 비가 많이 온 것도 영향이 있습니다. 올해 3~5월 서울 강수량은 418.1㎜로 작년 같은 기간 145.6㎜의 세 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다가 내리는 날엔 우산 매출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최근 편의점에서 파는 우산은 1만원 안팎의 비교적 고가입니다. 이게 마진이 꽤 높다고 합니다. 약 50% 정도라네요. 하지만 우산으로 모든 상품의 매출 하락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겠죠. 편의점 회사와 가맹점주들은 올해 장마만큼은 지난해처럼 길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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