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대란’이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이 배를 구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선박 부족에 따른 연쇄 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타이어, 수출할 배 못구해 공장 멈췄다
한국타이어는 10일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화물 대란으로 대기업이 공장 가동을 멈춘 첫 사례다. 한국타이어는 전날 공시에서 “선복 부족에 따른 생산 조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산 중단은 12일까지다. 이에 따라 약 50만 개의 타이어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화물 대란은 부피가 크고 무게가 큰 제품을 생산하는 타이어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배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해상 운임보다 비싼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운송에 나섰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매출은 뚜렷하게 늘고 있지만 해상 운임과 원재료값 급등에 따라 수익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넥센타이어 측은 “수출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해상 운임 급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 대란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선복량(해운사의 적재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일 3613.07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조만간 4000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늘길도 만만찮다. 항공 화물운임(TAC지수 기준)은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기준 ㎏당 8.7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당 8.48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최고가를 경신했다.

문제는 선박과 항공기의 적재 공간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웃돈을 서너 배 얹어줘도 물건을 실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수출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출 기업 물류 담당 임원은 “제품을 생산해 봐야 배가 없어 쌓아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물류 담당은 “재고를 쌓아둘 곳도 마땅치 않아 생산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선 수출 기업의 ‘도미노 셧다운’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선복량이 이른 시일 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들은 고운임 상황을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거래 시 수출자와 수입자 간 의무와 비용, 위험 등을 다루는 거래 조건을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물류비를 줄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