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9일 토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이날 서울 역삼동 토스 본사에서 토스뱅크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금융위원회가 9일 토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이날 서울 역삼동 토스 본사에서 토스뱅크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토스뱅크가 오는 9월 본격 출범하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토스증권, 토스인슈어런스(법인보험대리점), 토스페이먼츠(전자지급결제)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토스뱅크는 신용카드업 겸영 허가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을 계기로 대형 금융지주사에 버금가는 ‘금융 공화국(리퍼블리카)’의 위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토스뱅크 ‘파란 메기’ 될까

2000만명 등에 업은 토스뱅크…'원앱 전략'으로 은행 판 흔든다
토스뱅크는 은행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파란 메기’가 될 수 있을까. 핀테크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핵심 개발자들과 비대면 채널을 통한 낮은 원가, 모회사 토스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개인 금융 데이터는 토스뱅크의 ‘비교 우위’로 평가된다. 이를 토대로 신용대출뿐 아니라 전세대출, 신용카드 등 은행업 전반에서 기존 은행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토스뱅크의 전략이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해 자리잡은 카카오뱅크·케이뱅크와의 경쟁, 기존 금융권의 발 빠른 디지털 전환 등은 토스뱅크가 넘어야 할 산이다.

홍민택 토스혁신준비법인 대표는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는 왜 2금융으로 가야 하는가’ ‘왜 은행들은 다 비슷한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토스뱅크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9월 출범 전까지 현재 140명 수준인 직원을 18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신관리·신용카드 발급·데이터 관련 71개 직무에 걸쳐 인력을 뽑고 있다. 전체 직원의 45%는 ‘개발자’로 충원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홍 대표는 “출범 이후 입·출금통장과 체크카드, 소상공인 보증대출 상품, 전세자금대출 등을 차례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주요 타깃은 중·저신용자다. 전용 개인 신용대출과 보증부대출(사잇돌대출) 상품을 먼저 내놓을 예정이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에서 대출을 신청한 사람 중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 비중은 80%가 넘는다. 이들을 은행 충성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토스뱅크는 올해 전체 대출의 34.9%, 3년 뒤에는 전체 대출의 44%를 중·저신용자에게 내주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영업 첫해부터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실률이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겠다는 토스뱅크의 전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홍 대표는 “토스는 신용평가모형(CSS)에서 분명한 우위에 있다”고 했다. 그는 “토스는 6년간 기존 은행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금융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통신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그동안 은행 대출을 받지 못했던 중·저신용자들이 적절한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막내 ‘토뱅’ 강점과 약점은?

그럼에도 토스뱅크가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대형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강점으로 꼽히던 앱의 간편성 및 편의성, 독특한 마케팅은 토스뱅크에도 그대로 이식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토스 앱 가입자는 2000만 명”이라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건 최대 강점”이라고 했다.

자산을 잘 불려나가고 자본을 적절한 시기에 확충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토스뱅크의 출범 자본은 2500억원에 불과하다. 인터넷은행 선배 격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당초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1분기 말 기준 자산은 각각 26조5000억원과 9조4000억원으로 양사의 자산을 합친 규모는 국민은행(447조8155억원)의 8% 수준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증자 후) 자본금은 각각 2조원으로 30조1742억원의 자본을 갖춘 국민은행에 크게 못 미친다.

인터넷은행들이 기존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경쟁을 격화시키는 등의 메기 역할을 했지만 시중은행과의 본격 경쟁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대형 은행장은 “은행업의 성패는 결국 대출 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렸다”며 “토스는 소비자를 일시적으로 끌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지만, 은행업을 제대로 영위하는 역량은 앞으로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김대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