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 판매 처음으로 포드 제쳤다
미국 2위 자동차 회사 포드의 대형 픽업트럭 F-150은 1분기에만 약 20만 대 팔렸다. 13년 만의 최고 수치다. 이 덕분에 포드의 미국 판매는 3월 21만3300대까지 늘었다. 그러나 4월부터 생산 차질에 시달리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포드 공장들이 4월부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포드의 미국 판매는 5월 16만520대로 뚝 떨어졌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는 3월부터 3개월 연속 현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5월엔 17만4043대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월간 판매 기준으로 미국 진출 35년 만에 118년 역사의 포드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포드, 2분기 생산 절반 감축

현대차·기아 美 판매 처음으로 포드 제쳤다
9일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5월 미국에서 포드보다 1만3523대 더 팔았다. 현대차·기아가 월간 기준 현지에서 포드를 제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포드는 미국에서 매년 240만 대 안팎을 판매해 120만 대 수준인 현대차·기아를 배가량 앞서왔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제너럴모터스(GM)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포드와 도요타가 2~3위를 다툰다. 이어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기아 등이 4~6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5월 미국 판매 순위가 5위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4위 혼다(17만6815대)와의 격차도 2772대로 좁혀져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포드를 제친 결정적 요인으로 공급망 관리를 뽑았다. 코로나19에 이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위기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의 판매량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3월부터다. 포드는 3월 21만3300대로 올해 고점을 찍은 뒤 4월 19만7063대, 5월 16만520대로 내려앉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포드 미국 공장들은 4월 내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을 줄였고, 이는 지난달까지 이어졌다. 포드 생산량은 3월 25만2000여 대에서 4월 12만6400여 대로 곤두박질쳤다. 5월은 10만6800여 대로 더 줄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동차 부품 공급 기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공급망 관리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현대차, 공급망 유지해 수요 대응

현대차·기아 美 판매 처음으로 포드 제쳤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3월 14만4923대에서 4월 15만994대, 5월 17만4043대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아반떼, K5 등 세단과 투싼, 쏘렌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골고루 호조를 보였다. 현대차·기아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렸지만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았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생산량을 줄이긴 했지만 이번 사태로 가동을 중단한 날이 없다.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도 지난달 이틀 멈춘 것이 전부다.

업계에선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 등 미국 자동차 공장들은 지난해 3~5월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다. 이들은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반도체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이 시기 국내 공장 가동을 지속하는 등 생산력을 유지한 결과 이후 수요 급증에 대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2월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부족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이후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도 도움이 됐다는 관측이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