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소비 '공존' 이유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명품업계 매출 증가
가성비 추구하는 창고형 할인점·리퍼샵도 매출 신장
전문가 "소비자, 보복소비 심리와 절약정신 함께 나타나"
# 7년차 직장인 안모씨(34·여)는 올해 초 백화점에서 4시간을 대기해 400만원대 루이비통 가방을 구매했다. 생애 첫 명품 가방이었다. 안씨는 "유럽여행 가려 돈을 모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을 못가게 됐으니 나에게 보상해주고 싶어 구매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지출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신 생필품을 살 땐 꼭 최저가를 확인한 뒤 구매한다. 특히 요즘에는 대형마트에서도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어 잘 챙겨보면 적지 않은 금액을 아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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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보복소비'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명품 구매력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절약하며 가계 경제를 꾸려야 하는 중산층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명품은 훨훨 날았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67억원으로 전년(7846억원) 대비 33%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177% 늘어난 1519억원을 기록했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190억원, 영업익은 1333억원으로 전년(각각 3618억원·1150억원) 대비 각각 15%, 15.9% 증가했다. 샤넬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익 1491억원으로 전년(1109억원) 대비 34.4% 뛰었다.

호황을 누린 건 명품업계만이 아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재고품이나 반품 상품을 정가보다 30~50%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샵인 '리씽크'는 지난해 매출이 35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0% 급증했다.

생필품 구매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의식한 듯 유통업계는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대상 품목을 기존 500개에서 2000개로 확대했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는 이 정책이 적용된 제품이 경쟁 업체보다 비싸면 그 차액 분을 'e머니'로 보상해주는 정책이다. 같은 달 롯데마트도 생필품 500여개 제품 대상으로 최저가 판매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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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만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보복소비와 가성비소비 양상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 가는 등 소비심리가 억눌려있다가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직자 통계나 부동산 공실률 등을 보면 경제 상황을 장밋빛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보복소비 심리뿐 아니라 지출 시 절약하려는 심리도 함께 나타난 것"이라며 "생필품을 구매할 때는 10~20원이라도 아끼려 하고, 명품처럼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고 타인에 대한 과시 효과가 있는 상품을 구매할 때는 통 크게 지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중산층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소득이 높은 사람은 명품을 많이 살 수 있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절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산층이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결국 중산층은 명품도 사고 최저가도 좇는 소비 양상을 모두 보이는 것"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인증하고 싶은 고가 제품을 구매할 때는 '플렉스(Flex·과시소비)'하고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본인만 사용하는 제품을 구매할 때는 가성비를 따져가며 구매하는 등 상황에 맞게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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