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복원하기 위한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공공부문의 지출 정상화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와 대비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는 8일 ‘주요국 예산안 및 중기재정운용방향’ 보고서에서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독일은 지난 4월 채택한 ‘재정 안정화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의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로 설정했다. 지난해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유예했던 채무제한법도 2023년부터 재적용해 신규 차입 규모를 줄여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는 당장 내년부터 큰 폭으로 감소해 2025년에는 재정수지가 균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프랑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2021~2027 예산 안정화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내년부터 2027년까지 공공지출 증가율을 연 0.7%로 제한하기로 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장기적인 성장을 지원한다”는 것이 목표다. 올해 GDP 대비 -9.2%인 프랑스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27년 -2.8%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도 지난 3월 내놓은 올해 예산안에서 정부 차입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GDP 대비 16.9%에 이르렀던 공공부문 순차입 규모를 2025년 2.8%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도 올해 세출 개혁을 통해 재정 건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GDP 대비 -14.3%에 이르렀던 재정적자 폭을 빠르게 줄여 2025년 1%대까지 떨어뜨릴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1조위안 규모로 발행했던 코로나19 대응 특별국채 발행을 중단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해외 주요 국가들은 재정의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도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한 중·장기적 재정운용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