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한경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한경DB
국내 3위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국내 양대 유통 거물 신세계와 롯데의 2파전 대결로 치러진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유통업계 판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 본사와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가 이날 실시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 4곳 중 신세계-네이버 컨소시엄과 롯데그룹 2곳이 참여했다. 신세계 컨소시엄은 이마트를, 롯데는 롯데쇼핑을 앞세워 인수전에 나섰다. 적격인수후보에 올랐던 SK텔레콤과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지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은 오픈마켓 1, 2위 업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0년 영업이익률 20%를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걸었다. 쿠팡, 티몬 등이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출혈 경쟁을 벌이며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이베이코리아는 수익성에만 집중하면서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매각에 나선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유통 업체가 이베이코리아를 품는다면 단숨에 업계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네이버 27조원, 쿠팡 22조원, 이베이코리아 20조원이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거래액이 4조원, 롯데그룹의 롯데온은 7조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베이코리아는 인수 매력도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세계는 인수전 초반부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이마트를 내세워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도 추진하는 등 반(反) 쿠팡전선을 꾸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SSG랜더스 야구단, 국내 여성 패션플랫폼 W컨셉을 인수한 것도 이커머스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힘을 합쳐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단순 계산으로 약 55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쇼핑 연합이 탄생한다. 다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신고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 역시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그룹은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ON)을 전사적으로 내세웠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커머스 부문은 전통 유통업계 강자인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롯데그룹이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투자를 하는 등 이커머스 부문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최근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대표로 기용한 점도 이번 인수전을 포석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SKT의 불참은 초반부터 예상됐다. SKT는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11번가와 시너지를 내는 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인수 후보자 중 유일하게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SKT가 현재 인적분할을 위한 작업을 막바지 중인 만큼 대규모 M&A에 나서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MBK 역시 포트폴리오 기업인 홈플러스와 함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했다. 문제는 두 회사를 합치면 단순 규모만으로 10조원이 넘어선다.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금액은 약 7조원다. 향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재무적 투자자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규모다. 다만 MBK파트너스 측 관계자는 "오늘은 불참하기로 결정했지만 거래 진행상황은 계속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건은 몸값이다. 매각 측에서는 최소 5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의 기업가치 평가 계산시 거래액을 기준으로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 약 20조원에 약 0.25배수를 적용한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3조원~ 4조원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매각 측에서는 인수 후보 측에 일부 지분을 남기는 방안도 제시하는 등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각 측과 인수후보 측간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 매각 철회 가능성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롯데 모두 이커머스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며 “다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07일(14:14) 자본시장의 혜안 ‘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