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농산물 가격예측지수인 팜에어·한경의 ‘KAPI’가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22개 농산물의 실시간 거래가격과 가격 예측치를 인공지능으로 산출한 KAPI와 전주 대비 변동폭이 큰 주요 농산물의 가격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상 기후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농산물 가격 정보가 관련 업계와 독자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유례없는 5월 장마 여파로 상추 등 신선 채소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상추 리필을 요청하는 손님이 가장 무섭다”는 얘기까지 나온다.1일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상추 가격은 ㎏당 4092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 전(1884원)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전문가들은 지난달 유례없이 많은 비가 내린 영향이 상추 가격을 밀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강수 일수는 14.3일로 집계됐다. 기상 관측 사상 ‘비가 가장 자주 내린 5월’로 기록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 달의 절반에 육박하는 잦은 비로 인해 일조량이 줄어 상추 작황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상추 도매가가 전주 대비 50% 이상 오르는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상추는 원래 여름에 몸값이 뛴다. 저온성 작물이라 기온이 올라가면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는 5월에 많은 비가 내려 상추 가격이 평년보다 두어 달 더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애호박과 오이, 풋고추 등 과채류 가격도 심상치 않다. 애호박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당 2443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비해 가격이 54.7% 올랐다. 오이와 풋고추 가격도 전월 대비 각각 8.5%, 2.3% 높아졌다. 전년 동월 가격과 비교하면 각각 44.4%, 43.5% 치솟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상품도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자라 하품이 대부분이라 품질 좋은 과채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박종관/노유정 기자 pjk@hankyung.com
“15년간 농산물 바이어로 일하면서 작년 같은 날씨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코로나로 외국인 인력 대란까지 겹쳐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역대급’입니다.”(한 대형마트 농산물 담당 바이어)지난 1월 ㎏당 511원이던 배추 경락가격(경매 낙찰가)은 4월 841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515원으로 정상화됐다. 비트코인에 버금가는 변동성에 농산물 바이어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파테크’ 신조어까지 낳은 대파, 배추뿐 아니라 마늘 양상추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가뭄 냉해 등 계절적 요인에 코로나19로 인한 일손 부족이 계속되면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유례없는 널뛰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달 새 40% 오르내린 배추값18일 한경·팜에어 한국농산물가격지수에 따르면 올 1월 17일 511원이던 ㎏당 배추 경매 낙찰가는 지난달 841원까지 치솟았다가 봄배추가 출하되며 한 달 만에 515원으로 떨어졌다.통상 대형마트 등에선 4월까지는 동절기에 재배한 해남산 저장 배추를 주로 판매한다. 지난겨울 이 지역에 한파가 닥치면서 예년엔 1900~2000원대 초반에 형성되던 대형마트의 해남산 배추 가격(포기당)이 2930원가량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여름 배추 생육기에 불어닥친 태풍도 영향을 미쳤다. 봄배추가 출하되며 가격이 떨어졌지만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도형래 롯데마트 채소팀 책임은 “19일부터 충남 예산의 햇배추를 판매하면서 포기당 가격을 500원가량 떨어뜨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 파동을 낳은 대파도 4월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준(1997원)을 유지하고 있다.최근엔 마늘, 양상추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마늘은 지난 17일 ㎏당 5312원(경매 낙찰가)을 기록하며 1년 전(1925원)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양상추 가격도 같은 기간 ㎏당 1151원에서 2256원으로 약 두 배 올랐다.마늘 가격이 뛴 건 재배면적이 줄면서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14.4% 줄어든 2만1716㏊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마늘 시세가 좋지 않아 제주도에서는 마늘 대신 브로콜리 옥수수 등으로, 육지에서는 생육 조건이 비슷한 양파로 재배 작물을 바꾼 농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손 부족에 가격 상승 고착화되나긴 장마와 강한 태풍, 혹한이 이어진 지난해 기후 여파가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산지의 인력 수급 불균형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공급이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외국인 인력이 고국으로 돌아갔고 남아 있는 인력도 일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단기간 내 해결되기 힘든 인력 수급 불균형이 농산물 가격을 지속적으로 밀어올릴 전망이다. 한 대형마트의 채소 담당 바이어는 “현지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원하는 시점에 수확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인건비를 올려주거나 국내 인력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소비자 구매가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일각에선 농산물뿐 아니라 소고기와 돼지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도 상승 추세를 띠고 있어 ‘식탁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한우등심(1등급) 가격은 지난해 5월 14일 100g당 9315원에서 이달 14일 1만217원으로 올랐다. 계란 가격(특란 30구)은 같은 기간 5276원에서 7383원으로 급등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CJ그룹의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가 대한민국 농산물 표준가격 서비스인 ‘팜에어한경’을 도입했다.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는 14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권민수 팜에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에서 팜에어한경 서비스 구매계약을 체결했다.CJ프레시웨이는 국내 식자재 유통 1위 기업이다. 단체급식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 원재료를 구매하는 데 쓴 1조7700억원 중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 금액으로는 2900억원 규모다. CJ프레시웨이는 이번 계약으로 팜에어한경의 데이터를 농산물을 대량구매하거나 장기 계약재배를 할 때 활용하게 된다.정 대표는 최근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외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식당 점주들이 여러 납품사의 식자재 가격을 비교하는 서비스 ‘딜리버리랩’ 등과 협업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팜에어한경 도입도 식자재 유통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대규모로 식자재를 조달하는 만큼 농산물의 향후 가격에 대한 예측이 중요하다”며 “20여 년의 농·축·수산물 구매 경험과 팜에어한경의 데이터를 결합해 가격 예측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팜에어한경은 전국 도매시장 자료를 분석해 농산물 가격을 ㎏ 기준으로 제시한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농산물 가격과 지역별 날씨, 환율과 수출입 데이터를 수집해 농산물의 장·단기 가격도 예측해 제공한다.안태환 CJ프레시웨이 상품·마케팅본부장은 “현업에서 선제적인 농축수산물 가격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 있었다”며 “가격뿐 아니라 재배·수확량까지 서비스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