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올 들어 명예퇴직한 직원은 2500명에 달한다. 영업점에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 뱅킹으로 은행 업무를 해결하는 비대면·디지털 금융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수가 300~400명 수준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시중銀 '체질 개선 중'…올 들어 2500명 명퇴
4일 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에서 올초 명예퇴직한 인원은 248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763명에서 1년 만에 41.0% 늘어났다. 2017년부터 5년간 4대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인원만 1만2770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 수로도 지난해 말 5만7896명을 기록해 2017년 말(6만457명)보다 2561명 줄었다.

시중은행은 퇴직 직전 임금의 2~3년치에 달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제시하며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4~36개월치 평균 임금과 자녀 학자금, 의료비, 전직 지원금을 내걸어 511명이 은행을 떠났다. 국민은행에서는 23~25개월치 급여와 함께 학자금 혹은 재취업지원금을 지급하면서 800명을 내보냈다.

비대면 금융 트렌드가 인력 구조조정의 가장 큰 이유다. 금융상품을 모바일 앱에서도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만 예·적금에 들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르게 덩치를 키우면서 기존 오프라인 조직 구조를 유지할 경우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국내 은행의 인력 구조가 비효율적이란 분석이 많다. 국내 은행은 전체 판매관리비 중 인건비 비중이 64%에 달하는데, 글로벌 은행은 5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대졸 공채가 아니라 수시채용으로 전문인력만 충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디지털·정보기술(IT)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해당 분야 비중을 40~50%로 늘리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공채 대신 수시채용으로 디지털·기업금융 등 부문에서 100여 명을 선발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어떤 인재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경영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