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박물관에는 1900년대 이전 발명한 안경이 주로 진열돼 있습니다. 안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900년대 안경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날 안경은 1900년대 안경의 재해석이기 때문이죠.”

"빈티지 안경 매력에 빠져 수십년간 1000점 수집"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안경 박물관에서 안경 수집가 서정현 씨(사진)를 만났다. 19㎡ 남짓 공간에 1900년대 고종이 썼던 안경 브랜드부터 1950~1960년대 흑인 저항의 상징인 말콤 엑스의 검은색 뿔테 안경을 지나 영화배우 조니 뎁의 안경까지 1000여 점이 진열돼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 필명 ‘안경쓴 거북이’로 활동하는 그를 모르는 ‘안경 덕후’는 없다. 안경 수집에 5000만원 이상을 들인 서씨는 ‘안경의 역사’를 꿰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모으는 게 취미였다. 닉네임 ‘안경쓴 거북이’도 어릴 때 거북이 80종을 수집했던 기억을 떠올려 지었다.

“1994년 압구정 ‘서기전’이라는 안경점에서 60만원대 프랑스산 나무 안경을 사면서 안경 수집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역사적으로 1900년대 이전 안경은 골동품, 이후 안경은 빈티지라고 하는데 주로 1900년대 중후반 안경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에게 안경은 사물을 또렷이 보기 위한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코 위에 올라가는 안경 받침의 무게 배분 설계부터 독창적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종합 예술의 결정체’다. 서씨는 “해외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한 안경 디자이너가 많다”고 했다. “디자인에 따라 나무, 금속, 플라스틱 등 소재를 선정하고 안경의 무게 중심을 어디로 잡을지 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최근 국내 안경 시장은 양극화하고 있다. 디자인 경쟁력이 없는 중고가 안경은 도태하는 추세다. 그는 “안경에 스토리를 입혀 판매해야 한다”며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