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코로나19 서울시 양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5월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코로나19 서울시 양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보험사들이 백신 접종 부작용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D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물론,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까지 오는 7월 '아나필락시스'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험사들이 백신 접종 부작용 보장 보험 출시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에서 화제성이 높은 새로운 상품을 선보임으로써 고객 저변을 넓히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다음 달 '백신 보험' 연달아 출시…토스까지 진입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D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오는 7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보장 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1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토스도 보험사와 손잡고 다음 달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험을 선보인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 중 하나인 '아나필락시스' 진단비를 보장하는 보험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구체적인 보험 상품 구성 및 설계,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하는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도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보험 보장을 골자로 하는 상품을 다음 달에 출시한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7월 출시를 목표로 현재는 세부적인 상품 보장 내용 등 구조를 잡는 과정에 있다"며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보장이 주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도 같은 시기에 백신 접종 부작용 보장 보험을 내놓는다. 보험 가입자가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을 시 100만원을 보장하는 게 골자다. 보험료는 토스가 100% 지원한다. 앞서 토스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무료 코로나 백신 보험' 이벤트를 열고 사전 가입 신청 혜택을 알린 바 있다.
사진=토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토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삼성화재·라이나생명 '선두'…아나필락시스 200만원 보장

보험업계가 올해 7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보장 보험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삼성화재의 '배타적 사용권' 만료 시점을 감안한 조치다.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특약을 내고, 이에 대한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손해보험협회 신상품 심의위원회로부터 획득한 바 있다.

이 특약은 응급실에 내원해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을 경우 연 1회에 한해 2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일반병원, 요양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 등에서 간병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해·질병 간병인 사용 일당'이 정액으로 지급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 출처=삼성화재
사진 출처=삼성화재
라이나생명보험은 삼성화재와 같은 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보장하는 소액단기보험을 출시해 배타적 사용권 적용을 받지 않았다.

해당 보험 또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진단이 확정된 경우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200만원을 지급한다. 당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로 인해 숨질 경우 최대 2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공포 마케팅을 조장해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비난이 일면서 관련 특약 내용은 삭제됐다.

신규 고객 유입 '기대'…"수익성보다 마케팅 전략"

보험사들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보장 보험 출시에 열중하는 데에는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에서 대중의 관심이 쏠릴만한 새로운 상품을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다.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 백신 접종률은 전 세계 평균치를 뛰어넘은 상태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은 10.79%에 그쳤지만, 한국은 11.3%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백신 1차 접종자는 매일 50만명 넘게 증가하면서 세계 평균 접종률과의 격차를 넓히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보험시장은 신규 고객을 유입할 요인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높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주제는 보험사 입장에선 좋은 마케팅 수단 활용 기회"라며 "수익성 제고 측면보다는 신규 고객 유입과 고객 다변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3일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로 보험사들이 코로나19 부작용 보장 상품으로 얻는 수익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보험료가 1만원 이하로 적은 편인 데다, 납입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라이나생명보험의 백신 부작용 상품은 1년 만기 순수보장형으로, 보험료가 40세 여성 기준으로 특약을 합쳐도 4160원에 불과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익성을 노리고 출시하는 상품이 아닌, 일회성의 이벤트성 보험 상품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할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화제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