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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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기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이 1일 취임 일성으로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KDI의 연구가 '전통적 목표'인 성장과 효율성보다는 분배와 공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취지다. 친정부적 성향으로 인해 KDI 원장에 오르기 전부터 논란을 빚어온 그가 본격적으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신임 원장은 이날 세종 KDI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포용, 혁신, 환경, 공정의 가치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등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러한 가치와 세계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국가의 중장기 정책을 뒷받침하는 정책 어젠다(의제) 발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포용적 성장은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성장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포용적 성장의 개념에 대해 "성장에 의한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분배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홍 신임 원장 역시 이날 취임사에서 성장보다는 분배 중심의 연구를 강조했다. 그는 "'성장과 효율'이라는 전통적인 목표와 더불어 '다양한 사회적 가치의 조화와 균형'이라는 시각 또한 부상했다"고 했다. 성장과 효율을 전통적 목표로 치부하고, 조화와 균형을 새로 떠오르는 가치로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1971년 설립된 KDI는 국내 최고 권위의 국책연구기관으로 꼽힌다. KDI가 대내외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최고 실력을 가진 연구원이 최고의 연구성과를 내는 동시에 정부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성'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홍 신임 원장이 공개적으로 정부 친화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KDI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KDI 출신 원로들은 지난 3월 “망국적 경제정책 설계자가 KDI 수장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며 그의 원장 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홍 원장은 '연구가 시급한 문제'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분야를 꼽았다. 그는 "사회의 당면 문제와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들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들 과제들은 여러 부처의 협업이 필요한 핵심 정책 과제들로, 국책연구기관 사이의 연구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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