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트코인 시장은 황소와 곰의 전쟁터다.”

최악 5월 보낸 비트코인…"바닥 쳤다" vs "약세 지속" 팽팽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의 진단이다. 비트코인이 강세(황소)를 되찾느냐, 약세(곰)에 갇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1분기 강세장에 뛰어든 단기 투자자들은 지난달 비트코인을 대거 손절했다. 반면 장기 투자자와 채굴자들은 보유량을 오히려 늘리거나 버티기에 들어갔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고래(대량 보유자)’들은 지난주 약세장에서 7만7000개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은 5월 한 달 동안 37.5% 떨어져 월간 낙폭으로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낙폭은 2011년 9월(4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보도했다. 한 달 내내 몰아친 악재가 시장을 흔들어놨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초에는 큰손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중순에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이 암호화폐 대중화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 하순 들어 미국·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견제 방침을 밝힌 점도 악영향을 줬다.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값은 지난달 12% 떨어져 낙폭이 그나마 작았다. 금(金) 가격은 지난달 7% 올라 월간 단위로는 2020년 7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1일 비트코인은 5%, 이더리움은 10% 안팎 반등하며 6월 첫날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다만 뭘 사든 오르던 시기가 끝나면서 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주춤해진 분위기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거래대금은 9조9383억원(오후 3시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 하루 평균 22조원이던 것이 반토막 났다.

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는 보고서에서 “지표로만 보면 비트코인의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며 “국내 시장에 비관론이 퍼진 것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암호화폐) 위주의 단기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6월이 전통적인 ‘비트코인 채굴 성수기’라는 점에서 가격 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신중할 때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데이비드 로브비츠 JP모간 전략가는 “암호화폐 투자자는 가치가 ‘제로(0)’까지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중국계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마트는 3일부터 중국 이용자의 거래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후오비도 지난달 말부터 중국 본토에서 암호화폐 채굴기 판매 등을 중단했다.

비트코인 한국 가격이 해외보다 얼마나 비싼지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은 이날 5~6%대로 내려왔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이는데, 지난 4~5월에는 때때로 20% 선을 넘나들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