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제품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기업 용진스테코가 수익성 둔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상경영’ 탓에 재고를 최소화했는데 공교롭게 원재료인 철강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만 떠안고 가격 차이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철강제품 유통 '용진스테코' 수익성 둔화 골머리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용진스테코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약 1.5%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1.2%)에 비해선 소폭 높아졌지만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루진 못했다. 2018년만 해도 용진스테코의 영업이익률은 3.2%였다. 2019년 2.6%로 낮아지더니 이후로는 1%대 초중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용진스테코는 특수강·강관 등 철강 제품을 절단해 유통하는 사업을 한다. 용진스테코는 매입 물량의 75%가량을 세아그룹에서 조달하고 있다. 국내 대표 철강업체인 세아베스틸과 현대제철로부터 매입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단순 가공·유통 사업을 하다 보니 가격 교섭력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 진입이 쉬워 경쟁 업체가 늘면서 이익창출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과한 재무 부담도 용진스테코의 고민거리다. 용진스테코는 연간 50억원 안팎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600억원에 달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을 갚는 데 한계가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용진스테코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으로 투기 등급인 BB-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급등한 철강 가격은 용진스테코엔 ‘호재’가 될 수 있었다. 올 들어 코로나19 백신과 주요 국가의 경기 부양책 효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원유와 철강,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뛰고 있다. 특히 철강은 국내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고, 중국의 수출 정책 변화로 수입이 위축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강 가격 상승이 점쳐졌던 만큼 평소대로라면 용진스테코는 재고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철강 가격 급등에 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가격 상승 전 매입한 철강을 가공한 뒤 높아진 가격으로 유통시킬 수 있어 용진스테코엔 유리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방 산업 침체가 가속화됐고, 용진스테코 역시 재고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위기 상황에 대응했다. 재고를 쌓아두면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게 돼서다. 용진스테코 관계자는 “계속되고 있는 철강 가격 상승으로 인해 외형은 확대될 전망이지만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