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지난 27일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활용해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가 아바타를 통해 취업준비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은 지난 27일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활용해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가 아바타를 통해 취업준비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지난 27일 서울 마곡동 LG이노텍 본사. 대규모 채용설명회가 예정된 날이지만 회사 어느 곳에서도 취업준비생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설명회를 열기 힘들다고 판단한 LG이노텍이 행사 장소를 컴퓨터 속 가상공간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이날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인 개더타운(gather town)을 활용한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제조업체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오프라인 행사를 대체한 첫 사례다. 사전 신청을 통해 초청장을 받은 400여 명의 대학생과 20명의 인사 담당자가 자신만의 아바타를 앞세워 행사에 참여했다.

온라인 가상공간 행사라지만 오프라인 행사와 다를 게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개인화된 취준생 아바타가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배치된 인사담당자와 1 대 1로 대화했다. 취준생들끼리만 가상공간에 마련된 카페에서 따로 만나기도 했다.

LG이노텍은 본사 1층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공간에 부스를 차리고 인사 제도 및 조직문화 설명회, 선배 직원과의 대화, 직무별 상담, 인사담당자와 1 대 1 미팅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LG이노텍 갤러리’에선 회사 소개 영상과 연혁 등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특정 시간대에 가상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에게 커피 쿠폰을 증정하는 깜짝 이벤트도 마련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온라인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며 준비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참가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메타버스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 참가자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온라인 방명록에는 “처음 경험해보는 흥미롭고 유익한 체험이었다”, “혁신 기업인 LG이노텍에 어울리는 시도였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LG이노텍이 활용한 개더타운은 미국 스타트업 개더가 개발한 메타버스 이벤트 플랫폼이다. 넥슨의 고전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연상시키는 2차원(2D) 그래픽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자기 개성에 따라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성별, 피부색, 헤어스타일, 복장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아바타들이 만나는 장소와 소품 등도 사용자들이 고를 수 있다. 아늑한 응접실부터 분수대가 설치된 광장까지 자유로운 배경을 설정할 수 있다.

박철용 LG이노텍 최고인사책임자(CHO·전무)는 “개더타운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현재 사용 중인 화상회의 솔루션 ‘웹엑스’ 등을 보완하는 전사 협업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현실 세계를 체험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코로나19 이후 확산하고 있는 비대면 트렌드와 맞물려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