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8일 암호화폐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거래소와 은행, 정치권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암호화폐 제도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긴 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까지 암호화폐거래소들이 당국의 인증과 등록을 마치고 정치권에서 추가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진 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K뱅크·신한·농협, 암호화폐거래소 실사 착수
정부가 암호화폐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했지만 금융위는 여전히 거래소 관리·감독에 한정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위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9월부터 등록을 마친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에 대해 관리·감독을 시행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60곳의 거래소 중 20곳만 이를 확보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도 필요하다. 빗썸·코인원(이상 NH농협은행)·업비트(K뱅크)·코빗(신한은행) 등 4대 거래소만 입출금 계정을 운영 중이고, 이들 거래소 역시 신고를 위해 은행 평가를 다시 받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과 거래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거래소가 취급하는 코인의 안정성, 재무구조, 대주주 구성, 내부통제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작업이 사실상 은행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실명 계좌를 제공한 은행들은 각 거래소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금융위에 신고하면 2~3개월간 심사를 거쳐 이르면 8월부터 등록 거래소가 나올 것이라는 게 당국의 예상이다.

다만 등록 암호화폐거래소가 등장하더라도 암호화폐가 곧바로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검사 영역이 특금법상 자금세탁 방지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부, 관세청, 검찰, 경찰 등 무려 9곳에 달하는 부처 및 기관이 저마다의 역할을 부여한 데다 컨트롤타워도 여전히 국무조정실이다 보니 정책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발간한 ‘가상자산 규제감독방향’ 보고서에서 “관련 부처 간 유기적 협조를 기대하려면 암호화폐 규제를 담당할 감독당국을 명확히 지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암호화폐 법제화를 위한 입법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암호화폐 제도화는 결국 국회 입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시세조종·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금지 △해킹 등 사고 발생 시 사업자가 손해배상 △가상화폐 발행 요건 규율 등을 골자로 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암호화폐만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도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