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꽃’은 어떤 자리일까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여러 보직이 있겠지만 ‘점장’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온라인에 밀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지역 상권의 중심 격이고, 이 점포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일은 상권과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업계 1위인 이마트를 기준으로 중요 점포는 연 매출이 2000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중간쯤 되는 곳은 1000억~1500억원 정도인듯 하고, 지방의 소형 점포는 500억원쯤인 곳도 있습니다. 큰 점포는 임원을 앞둔 고참 부장급이 맡는 경우가 많고, 점포 규모에 따라 비교적 연차가 낮은 부장급이 부임하기도 합니다.그러면 어떤 점포가 인기가 많을까요. 일단 본점이 있습니다. 이마트는 성수점, 홈플러스는 강서점이 본점입니다. 매출 규모도 규모지만 일단 본사 임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실적이 좋으면 승진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단점은 모두 예상하듯 피곤하다는 겁니다. 본점이기 때문에 그 마트 브랜드의 ‘얼굴’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도 시도때도 없이 방문합니다. 항상 준비 돼 있어야 하고 신경 쓸 게 많습니다. 본점뿐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점포는 항상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그래서인지 지방의 점장 자리도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본점과 주요 점포에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비교적 여유가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e커머스 채널과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은 온라인의 공세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해당 지역의 상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경향도 있습니다. 물론 매출이 정체돼 있기도 하고 딱히 늘릴 수 있는 방도도 마땅치 않은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을 겁니다.지방 점장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주요 인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방 점포는 아무래도 해당 지역 상권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큽니다. 지역 행사가 있으면 물품을 지원하기도 하고, 물품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에 여러가지로 공헌할 게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점장은 무슨무슨 서장과 같은 지역의 단체장들, 주요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본사에서 해당 지역 출신의 점장 발령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물론 서울·수도권과 지방을 단순하게 이분화할 수는 없습니다.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공세에 맞서 점포 효율화·리뉴얼에 나서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 상품을 들여와 잘 팔면 됐던 시절과는 환경이 많이 다를 겁니다. 다만 ‘우리가 이용하는 점포에 이런 부분도 녹아들어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회사 생활: 미쳐 가는 홈플러스 노조의 현실.’직장인의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홈플러스 직원이 얼마 전에 올린 글이다. 임금 18.5% 인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신선식품이 가득 담긴 쇼핑카트를 장시간 매장에 방치하는 등 노조의 각종 ‘일탈’ 행위를 열거했다.법원은 노조가 마트 현장에서 소비자의 쇼핑을 방해했다는 점을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가까스로 지난달 말 임단협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주재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100원짜리 동전 5000개가 담긴 ‘벌금 꾸러미’를 던져 놓고 협상장을 나갔다.홈플러스 갈등 사례는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빅3’ 중 사정이 가장 어렵다. 지난 회계연도(2019년 3월 1일~2020년 2월 29일) 순손실은 5322억원에 달했다. 직전 연도에도 1327억원의 손실을 냈다.이에 비해 홈플러스 직원 처우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계산원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전체 직원의 98%가 정규직이다. 자발적 퇴직이 아니고선 해고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 상승분이 반영돼 급여 및 수당 지급액만 지난해 5224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69.2% 증가했다.사정이 이런데도 홈플러스 노조는 시간당 임금을 1만원으로 맞추라며 18.5%의 임금 인상안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엔 호봉제까지 요구했다.홈플러스 직원마저 “어느 시대인데 나이가 벼슬인 호봉제를 요구하느냐”고 비판하자 이번엔 회사 경영에 관여할 태세다. 회사가 추진키로 한 홈플러스스페셜(일반 점포와 창고형 점포를 결합한 매장) 전환을 노조 합의를 받고 해야 한다는 요구다. 양측이 ‘강대강 대립’으로 미뤄진 임금협상 탓에 홈플러스 직원은 아직도 2019년 협상안 기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쿠팡과 네이버가 촉발한 e커머스(전자상거래) ‘빅뱅’과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대형마트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중이다. 이런 와중에 직원의 20%를 대표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홈플러스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는다면 피해는 노사 양측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노사가 생존을 위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홈플러스의 자체상표(PB) 생수 ‘시그니처 무라벨 맑은샘물’(사진)이 한 달여 동안 134만 병이 판매됐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이 상품은 이달 17일까지 26일 동안 2L 62만 병, 500mL 72만 병이 팔렸다.플라스틱 비닐 라벨을 사용하지 않고 브랜드와 상품명, 제조일을 페트병에 새겨 넣은 것이 특징이다.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을 덜고, 비닐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상품이 134만 병 팔리면서 홈플러스는 134만 개의 라벨 사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2L 상품은 라벨 한 장당 무게가 약 0.8g이다. 500mL는 약 0.3g이다. 무라벨 생수 134만 병 판매를 통해 약 710㎏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셈이다.2L 상품의 라벨은 33㎝, 500mL 라벨은 21.4㎝다. 절감한 라벨을 이어 붙이면 약 359㎞에 이른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서울시청~부산시청 기준 약 325㎞)를 넘는 길이다.홈플러스의 이 같은 ‘환경 경영’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 강화 구상을 밝히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환경 경영에 적극 투자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홈플러스는 재활용이 수월한 단일 소재로 용기를 교체하고, 신소재 포장재 도입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 패키지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시그니처 콜라·사이다·식용유’ 등 PB 상품은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투명으로 바꾸고, ‘시그니처 토탈케어 핸드워시’ 상품에는 금속 스프링 펌프를 사용하지 않는 ‘메탈 제로 펌프’를 도입한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