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금융매니저
이달 들어 외환시장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연초 수준까지 하락했다. 즉 상대적으로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달러화 약세에도 원·달러 환율은 1130원대까지 상승했다. 달러화보다 원화가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대규모 재정지출 등에 힘입은 경기 반등과 물가 상승 기대감이 이끌었다. 하지만 이달 초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고용지표는 ‘쇼크’ 수준이었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감소했으며, 주택경기와 소비심리 등은 전월보다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여전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며 경기 회복을 위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달러화 약세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인 이유는 국내 수급 요인이 작용한 탓으로 판단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가 이들 들어서만 10조원을 웃돌았다. 이달 초 재개된 공매도와 기술주 중심의 주가 하락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약화된 영향이다. 대만, 일본 증시와 대만 달러, 일본 엔화 등이 이달 들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기술주 중심의 주가 조정은 글로벌 시장금리와 연관이 있다. 이론적으로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즉 채권 약세는 주식 강세와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이 강세였다는 점에서 금리가 오르는 지금은 적정 가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Fed가 언제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다. 그 첫 단추는 자산 매입을 점차 줄이는 것(테이퍼링·tapering)이다. 최근 Fed 일부 위원이 이미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지표가 강하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그 시점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美 경제 회복 예상보다 더뎌…테이퍼링 늦어질 수도

미국 경제는 정상화될 것이다. 다만 그 시기는 지연될 수 있다. 국내 증시 조정도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에는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이 예상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Fed의 테이퍼링 기대가 강화되면 환율은 하락보다 상승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문정희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