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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한 암호화폐거래소 고객센터 전광판에 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지난 25일 한 암호화폐거래소 고객센터 전광판에 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고 본격 관리에 나선다. 암호화폐거래소가 코인을 직접 발행해 상장하거나 자전거래, 시세조종 등을 시도하는 것도 원천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이라고 부른다.

암호화폐업계는 이날 발표를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코인 광풍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① 암호화폐 주무부처 생겼다, 금융위로 정리

암호화폐 감독, 은성수의 금융위로…거래소 '장난질'엔 철퇴 [한경 코알라]
이날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주관부처를 결정한 것이다. 금융위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 업무를 맡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된다. 코인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부처별 업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관리 강화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짐을 떠안게 된 것에 가까운데, 정부는 업무가 늘어난 만큼 인력을 늘려주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에 국세청·관세청도 참여해 탈세·환치기 대응을 강화한다.

② 과세 방침 재확인, 예정대로 내년부터

정부는 투자자 불만이 많은 암호화폐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돈이 연간 250만원을 넘어가면 초과분의 22%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첫 신고와 납부는 202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부터다. 정치권에서 암호화폐 과세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10~37%, 일본은 15~55%, 영국은 10~20% 세율로 과세한다. 경품, 사례금, 미술품 등에도 세금을 뗀다는 점을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③ 암호화폐거래소 자전거래·시세조종 금지

사실상 업계 자율로 방치했던 암호화폐거래소 사업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9월 말까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도 예고했다. 우선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코인을 발행해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암호화폐거래소와 임직원이 자기 회사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행위도 막을 계획이다. 자전거래나 시세조종과 관련해 직접적인 금지 규정이 생긴다는 의미가 있다. 거래소 해킹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콜드 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지갑) 보관 비율을 70% 이상으로 상향하는 등 기술적 보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④ 거래소 '상장피' 관행에 철퇴

정부는 6월까지로 예고된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9월까지 연장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불법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 해킹 등을 집중 단속한다. 정부가 중점단속 대상으로 지목한 사례에는 업계 일각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던 행위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상장을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뜻하는 '상장 피', 출금 지연·정지 이후 거래소를 폐쇄하는 '기획 파산', 암호화폐 투자를 빙자한 '불법 다단계'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사기·유사수신 등 41건과 해킹·피싱 등 사이버 범죄 27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⑤ 신고요건 갖춘 거래소, 심사 신속히 진행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지난 3월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VASP 신고를 마쳐야 한다. 업계는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영세 거래소가 폐업하는 과정에서 '먹튀' 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자 신고를 하려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줄 은행을 구해야 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아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 업체는 4개,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는 16개로 파악됐다. 정부는 "요건을 갖춘 사업자는 조속히 신고가 접수되도록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 신고를 마친 거래소로 옮길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⑥ "자본시장법 수준 규제는 현실상 불가"

이날 발표를 계기로 시장이 엄청나게 '안전'해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거래소가 아닌 외부세력의 시세조종 등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함량미달 잡코인'의 상장을 막을 방법도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는 암호화폐가 국경 없이 발행·거래되는 만큼 주식·파생상품 등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불공정거래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금융위를 암호화폐 주관부서로 못 박으면서도 투자에는 신중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가상자산은 누구도 가치를 보장할 수 없고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자기책임 아래 거래 여부 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코인 시세가 일제히 하락한 지난 24일 한 암호화폐거래소 시세판 모습. 허문찬 기자
코인 시세가 일제히 하락한 지난 24일 한 암호화폐거래소 시세판 모습. 허문찬 기자

⑦ 정부가 파악한 시장 통계 첫 공개

정부는 자체 집계한 국내 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이날 처음 공개했다. 금융위는 현재 영업 중인 암호화폐거래소가 60여 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0여개 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미 폐업했거나 거래소 기능을 하지 않는 업체 등을 제외한 결과 60여개로 추려졌다고 한다. 이 중 4대 대형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투자자는 581만 명(4월 말 기준, 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신규 투자자는 올 2월 84만9000명, 3월 111만6000명, 4월 200만1000명 등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22조원으로,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15조7000억원)보다 많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