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올레드 TV, 고객 눈높이 마케팅
복잡한 설명 대신, 보여주고, 경험하게
4S 마케팅 → 차별화된 시청 경험
‘어떤 TV를 살까’ 고민하는 고객에게, LG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TV를 사야 할까’가 고민거리다. 자동차라면 디자인이 제품별로 큰 차이가 있어 선택이 수월하지만 TV는 생김새도 엇비슷하다.

가전제품 매장 직원의 설명을 들어봐도, TV홈쇼핑 쇼호스트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제품이라며 어려운 전문용어와 복잡한 숫자을 제시하는데 그걸 이해하고 판단하기가 힘들다.

LG전자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고객 눈높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복잡한 말로 하는 설명 대신, 고객 눈높이에서 보여주고, 고객이 경험하게 했다.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이정석 전무는 “흑백 TV가 컬러 TV로 바뀔 때는 색깔이, 배불뚝이 브라운관 TV가 평면 TV로 변할 때는 모양이 완전히 달라져서 소비자들이 차이를 쉽게 느꼈지만, LCD TV와 전혀 다른 기술이 적용된 올레드(OLED) TV는 언뜻 보기엔 모양이 비슷해서 소비자들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고 고객 눈높이 마케팅 전략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올레드 TV는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자발광’ TV다.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낸다. LCD TV의 화면 뒤쪽에서 빛을 내는 부품인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그래서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심지어 TV화면이 말리게 할 수도 있다.

올레드 TV 판매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116% 급증한 79만200대 출하량을 기록했다. 역대 1분기 최대 출하량이다.

전체 올레드 TV 시장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65만대에서 올해는 580만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LG전자는 이 시장에서 66.3%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 1 고객들이 새로운 TV를 몰라본다
도전 1 ‘우주, 영화, 아트’로 알려주자
2013년 올레드 TV 출시 당시 LG전자는 ‘잘난 아들’같은 이 제품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자랑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다른 평면 TV들과 모양이 비슷해서 고객들이 ‘잘난 아들’을 몰라봤기 때문이다.

이정석 전무는 “출시 후 3년간 올레드 TV의 구글 검색량이 거의 늘지 않았고 인지도가 30% 수준이었다”며 “인지도 70%를 목표로 삼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주, 영화, 아트 등 세 가지를 올레드 TV 마케팅의 축으로 정했다.

우주는 전체적으론 어둡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답다는 점이, 백라이트 없이 필요할 때만 밝은 빛을 내는 올레드 TV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2016년 여름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여름엔 백야 탓에 오로라를 보기 어렵다는데 착안해 올레드 TV 20대를 벽에 붙여놓고 오로라를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영화는 영화 제작자들이 최고의 화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올레드 TV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 및 음향 브랜드 돌비와 강한 제휴 관계를 구축했다.

영화제작사 디즈니는 영화를 만들 때 올레드 TV를 자주 사용한다. LG전자 올레드 TV는 실제 헐리우드에서 표준명암비(SDR)와 고명암비(HDR) 영상 참조용 TV로도 활용되고 있다.

아트는 2017년 선보인 월페이퍼 TV가 대표적 사례다. 백라이트가 없는 자발광 TV라는 점을 활용해 고객들이 마치 그림 한 장이 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상황 2 제품 스펙을 열거하는 마케팅
도전 2 4S 마케팅 → 차별화된 시청 경험
LG전자도 한 때 다른 기업들처럼 올레드 TV의 뛰어난 스펙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벌인 적이 있다. 하지만 고객 눈높이 마케팅 전략을 도입한 후 일방적인 ‘스펙 자랑’에서 벗어나 고객이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시청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는 우주, 영화, 아트에 더해 ‘4S’를 마케팅의 새로운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4S는 △샤프(정확한 블랙이 만드는 선명함) △스피디(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몰입감) △스무드(역동적 움직임도 매끄럽게 표현하는 화면) △슬림(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디자인) 등이다.

이 전무는 “4S를 기술 스펙으로 얘기하지 않고 고객이 직접 느낄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며 “스무드는 골프 경기를 시청할 때 공의 움직임이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날아가는 모습에서, 슬림은 인테리어를 살려주는 데서 고객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피디는 지난해 선보인 48형 올레드 TV의 성공에서 진가가 증명됐다.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이 열광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인기로 인해 48형이 55형 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이 전무는 “엔비디아의 CEO가 게임용 그래픽 카드 신제품을 소개할 때 올레드 TV를 사용했다”며 “돌비, 엔비디아 같은 협업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LG전자 올레드 TV를 자랑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2020년부터 ‘4S’를 올레드 TV 마케팅의 새로운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전자는 2020년부터 ‘4S’를 올레드 TV 마케팅의 새로운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황 3 눈 건강 요구↑, ESG 트렌드
도전 3 오래 봐도 눈이 편안한, 친환경 TV
“LG전자에서 눈이 나빠지지 않는 TV를 만들어주세요”

지난해 서울 한 초등학생이 보내온 편지다. 코로나19로 TV 시청 시간이 늘어나면서 눈 건강에 대한 고객 니즈가 커진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LG전자는 ‘오래 봐도 눈이 편안한, 눈에 해가 덜한 친환경 TV’라는 메시지로 대응하고 있다. 올레드 TV가 같은 크기 LCD TV에 비해 블루라이트 방출량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눈이 편안하다는 게 그 근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레드 TV 전 모델에 대해 블루라이트 관련 인증을 획득했다.

백라이트가 없어 부품 수가 적다 보니 자원효율성이 뛰어나고 탄소 배출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란 점은 ESG 트렌드에 부합한다.

올레드 TV는 LCD TV에 비해 평균판매단가가 4배에 달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그래서 VVIP 마케팅도 활발하다.

지난 4월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와 취리히의 불가리 매장에서 양사 VVIP 고객 대상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엔 명차 브랜드 벤틀리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명품 가구 브랜드 및 음향기기 브랜드 등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MZ세대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닌텐도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통한 LG 올레드 TV 마케팅으로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올레드 섬에 방문한 게이머들이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섬 안에 숨겨진 LG 올레드 TV를 찾는 방식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우리 제품이 너무 좋은데 어떻게 알릴까’를 고민하는 마케터는 자꾸 설명하고 싶어진다. 이런 점은 경쟁제품보다 좋고, 저런 점은 이번에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라고 고객들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LG전자 올레드 TV 마케팅의 시사점은 ‘고객에게 설명하려 하지 마라’로 요약된다. 고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고객의 눈높이에서 ‘보여주고’, 고객이 ‘경험하게 하라’는 것이다.

마케터로선 이런 방식이 설명보다 분명히 어렵고 까다롭다.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더 많은 준비도 필요하다.

그렇게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효과가 더 확실할 때가 많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최근 어떤 제품이 기술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웬만한 제품들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고 저마다 독특하고 복잡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기술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에게 단지 기술적 특징과 차이만을 나열하는 것은 오히려 설득력 없는 마케팅으로 느껴질 수 있다. 어차피 경쟁사 모두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제품일텐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소비자 입장에서 특정 기술의 차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때 마케터가 강조할 수 있는 또 다른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 때 “경험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경험마케팅은 제품의 물리적 속성, 품질 차이 등을 강조하기 보다 소비자들이 (1)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혹은 (2)제품을 ‘소비’하는 순간 어떤 ‘경험’을 하는지 강조하고, 이 경험의 차이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리브가든(Olive Garden)의 사례가 있다. 올리브가든은 파스타와 피자를 판매하지만, 레스토랑 음식 자체보다 “당신이 여기 오면 가족처럼 대접받고 갈 수 있는(When you’re here, you’re family)” 감정적 경험을 더욱 강조한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주로 영업하는 TD Bank의 사례도 있다. 전통적으로 은행은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매우 어려운 산업이다. 은행마다 판매하는 예금, 적금, 대출 상품이 본질적으로 큰 차이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TD Bank가 고객이 ATM 기기에서 돈을 뽑는 순간을 “그동안 자신의 노력에 대한 감사함을 인출하는 순간”으로 경험하게 하는 ATM(Automated “Thanking” Machine)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역시 자사의 은행 상품보다 소비자가 은행을 이용하면서 느끼길 바라는 차별적 경험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LG전자 올레드 TV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TV의 기술력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경쟁사 간의 복잡한 기술력 차이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때 복잡한 기술 용어를 사용하여 고객에게 품질 차이를 설득하기보다, LG 전자는 소비자들이 올레드 TV 시청을 통해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뛰어난 화질의 올레드 TV로 골프 중계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즐기는 경험, 더 높은 몰입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경험 , 슬림한 TV로 세련된 거실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는 경험 등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결국 화질 좋은 TV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실제 경험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다만, 경험마케팅이 더욱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모든 마케팅 활동이 해당 경험에 초점을 맞춰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올리브 가든의 경우 마케팅 메시지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음식, 건물의 외관, 테이블, 인테리어, 점원의 서비스에서도 일관성 있게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즉, 단순하고 일회적인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제품 디자인, 광고 메시지, 점포 분위기, 자사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 등 모든 마케팅 활동이 마케터가 내세우는 경험과 일치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여러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들을 차근차근 비교해가면서 판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을 꺼린다.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생각하는데 많은 힘(에너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힘을 아끼려고 사람들은 ‘휴리스틱’을 사용한다. 휴리스틱은 주어진 문제를 단순화해서 직관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행동법칙이다. 우리말로는 쉬운 방법, 간편법, 어림셈 등으로 표현된다.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휴리스틱을 선택하는 것이다. 소비자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제품을 살지를 결정해야 할 때 소비자들은 복잡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를 싫어한다. 간단하게 판단하려는 휴리스틱을 작동시킨다.

어떤 사람은 브랜드로 판단한다. ‘LG가 만들었으면 믿을 만하지’, ‘TV는 LG지’ 등으로 쉽게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대상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인지 휴리스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를 겨냥해 브랜드에 많은 투자를 한다. 소비자가 인지 휴리스틱을 작동시킬 때 자사 브랜드가 긍정적 이미지로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다.

하나의 단서에 근거한 휴리스틱’도 있다. 말 그대로 다른 정보는 무시하고 자신에게 선별적으로 각인된 정보만 활용하는 것이다. TV를 고를 때 48형 올레드 TV가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제품이란 정보에만 집중하는 소비자가 이런 경우다.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은 최근의 사례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것에 기초해 판단하는 것을 가리킨다. 마치 벽에 붙은 그림처럼 느껴지는 월페이퍼 TV를 봤거나, 20대의 올레드 TV에서 오로라를 봤다면 매우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게 되고 그 기억이 나중에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에 쓰이게 된다. 화면이 말리는 롤러블 올레드 TV를 본 기억도 마찬가지다.

마케터로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비자가, 어떤 휴리스틱을 사용하는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쉬운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이 원래 오락가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쉬운 해법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마케터는 소비자의 의사결정 방식과 휴리스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요즈음 기업경영의 화두는 ESG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 한 일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제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의사결정에서 환경에 대한 고려가 어떤 휴리스틱을 통해 표출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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