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중국 그리고 한국까지 세계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경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가 가장 효율적인 SMR을 개발하느냐가 관심입니다.”

질 로드리귀에즈 4세대원자력시스템국제포럼(GIF) 기술국장은 26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1’에서 “기존 원자로와 달리 소형화된 SMR은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수소를 뽑아내기 위해 SMR이 필수인 만큼 수소 경제를 준비하는 모든 국가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귀에즈 국장은 2019년부터 GIF 기술총괄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 2008~2013년엔 SMR의 유형 중 하나인 고온가스로(VHTR)와 수전해 기술을 연계하는 수소 생산 작업을 연구했다. 그는 이날 ‘그린수소 생산, SMR에 달렸다’를 주제로 이상일 현대엔지니어링 캐나다소형원자로프로젝트 책임자, 황일순 UNIST 원자력공학과 석좌교수,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과 토론했다. 좌장은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이 맡았다. 이번 행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됐다.

그린수소의 키 ‘SMR’

세계 각국이 진행 중인 SMR 건립 프로젝트는 70여 개에 달한다. SMR은 대형 원전(1000~1400㎿) 대비 10~20분의 1 이하 크기지만 발전 용량은 수백㎿급에 이를 만큼 고효율을 자랑한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도 있다.

SMR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성’이다. 경량화돼 다양한 용도로 응용할 수 있다. 물류, 국방,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곳에 쓰일 전망이다. 로드리귀에즈 국장은 “SMR 관련 뉴스가 매일 쏟아져나오는 등 글로벌 국가가 경쟁적으로 SMR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며 “현재 기술력 면에서는 기존 경수로 발전이 더 진전됐으나 향후 응용 측면에서 SMR의 가능성이 더 높기에 관심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SMR은 수소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전해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 수전해는 물에 전기를 걸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핵심은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생성된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전해의 여러 유형 중 하나인 고온수전해(SOEC)는 전기와 동시에 고온 증기가 필요한데, SMR이 이를 충족할 수 있다.

로드리귀에즈 국장은 “수전해 유형 중 알카라인 수전해, 양성자교환막(PEM) 수전해 등은 상온에서 작동하기에 재생에너지와 연동한다”며 “불규칙한 재생에너지의 특성으로 수전해 작업 또한 불규칙하게 진행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측가능한 전력을 생산하는 SMR과 SOEC의 조합은 이를 보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이기도 한 SMR

SMR은 안정성 측면에서도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은 부피가 커지면서 설계가 복잡해진다. 사소한 균열에도 전체가 위험에 노출된다. 운영 면에서도 규모가 크다 보니 ‘휴먼에러’, 즉 인간의 실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SMR은 덩치가 작은 덕분에 특수한 피복재로 감쌀 수 있고 운영도 효율화할 수 있다. 황일순 석좌교수는 “유럽은 안정성 측면에서 검증된 SMR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고 영국과 미국은 소형 원전에 세제혜택을 주며 재생에너지와 똑같이 대우한다”며 “글로벌 트렌드가 SMR의 안정성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실제 SMR 사업 사례도 소개됐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캐나다 북동부 초크리버연구소에 SMR을 짓는 사업을 하고 있다. SMR로 인근 광산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디젤 플랜트를 교체하는 프로젝트다. 오는 10월 상세설계에 들어가고 2026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SMR과 SOEC를 연계하는 작업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이상일 책임자는 “SMR과 SOEC가 연계되면 청정한 수소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