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오는 7월 50인 미만 기업에 확대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해 ‘도입 연기’와 ‘특별연장근로 기간 확대’를 촉구했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고용노동부가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업계와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설명회를 연 가운데 중소기업인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 법”이라며 “지키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주물 열처리 단조 등 전국 3만여 개 뿌리기업 중 상당수는 업종 특성상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주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종길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주52시간제를 지키려면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국내 수급이 어렵고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입국도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뿌리업계는 제도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에선 한 번에 4주씩 1년에 90일로 한정된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어지는 수주로 업무량이 폭증해 장기간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며 “기후에 영향을 받는 야외작업도 빈번해 주52시간제에 타격이 큰데 사람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52시간제 때문에 납기가 지연되면 향후 조선업계의 해외 수주 활동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급여가 계속 오르셨겠지만 주52시간제 때문에 조선업계 협력사 임금은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52시간 불만은 경영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도 상당하다"며 "근무 마치고 야간에 아르바이트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 실시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행사에선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네티즌들이 쓴소리를 이어갔다. 한 네티즌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는 전제 조건이 너무 틀에 박혀 있어 한달 앞을 못보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주52시간 근무시 최저시급으로 계산하면 4주 일하고 200만원도 못 벌어간다"며 "세금떼고 보험료떼고 나면그걸로 어떻게 먹고사나"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오늘 바쁜 일이 많은데도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 데 마음이 무겁다"며 "주52시간제가 안착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