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기도 보고서로 본 '근로감독권 지방 이양'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근로감독권 지방자치단체 이양을 주장하는 가운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2019년 말 내놓은 연구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근로감독 업무의 지자체 이관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의 정책연구보고서 ≪소규모 사업장 근로감독권한 지자체 신설 타당성 연구≫를 살펴본다.

김을식 연구위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먼저 고용노동부가 늘어나는 근로감독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의 양과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하는 데다 근로자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제도 내용도 복잡해져 업무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0년 연간 11만 건의 신고사건이 접수되던 것에 비해 2018년 39만 건이 접수돼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도 근로감독관 인원 충원은 더뎌서 2018년 근로감독관 1인이 담당하는 근로자 수가 1만 3531명이나 된다. 최소한 근로자 1만 명당 근로감독관 1명이 필요하다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앙정부가 근로감독권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인식이다. 지방 행정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로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지자체가 ‘자치 사무’로 근로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ILO 협약 81호에 위배된다며 고용노동부가 반대하는 것을 두고 보고서는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근로감독이 ‘국가 사무’라는 ILO 협약 내용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국가의 ‘위임 사무’로 근로감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에 위임의 근거 규정만 들어가면 된다는 얘기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취지다.

다만 근로감독 업무를 한꺼번에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서 단계적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단속보다는 교육과 홍보가 중요한 만큼 지자체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종합행정을 수행하면서 지역 기업 사정에 밝은 지자체가 중앙정부보다 오히려 감독 업무 수행에 유리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이 지사가 제기하고 여당의원이 법안까지 발의한 근로감독 업무 지자체 이관은 단순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 캠페인에 그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연구보고서까지 내고 논리적 근거까지 뒷받침하고 나선 경기도의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최종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