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가 콩고에 간 사연
1906년부터 아프리카 콩고 카탕카 지역에서 구리를 채취한 UMHK는 당시 콩고를 식민지배하던 벨기에가 설립한 회사다. 콩고 독립 후 UMHK는 콩고 정부 손에 들어갔고 1971년 사명이 ‘제카마인’으로 변경됐다.

국유화 뒤 구리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제카마인의 구세주는 코발트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열기에 2000년대 이후 친환경차 바람이 더해지면서 배터리 양극 소재로 코발트가 주목받으면서다. 이를 눈여겨본 중국은 2018년 제카마인과 손잡고 코발트 광산사업에 참여했고 투자회사를 통한 지분 확보에도 집중했다.

코발트가 국부 축적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자 세계의 시선은 콩고 정부의 코발트 채굴 방식으로 옮겨갔다. 가난한 아이들의 노동력이 코발트 채취에 동원되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제카마인은 2019년 EGC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EGC가 콩고에 매장된 모든 코발트를 생산·판매하게 했다. EGC가 승인한 곳에서만 코발트를 채굴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을 동원한 채굴업자의 코발트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였다.

생산과 유통을 단일화해 코발트의 가격 형성 개입 통로도 열어놨다. 산유국이 석유를 무기화한 것처럼 ‘하얀 석유’로 불리는 코발트를 무기화한 전략이다. 글로벌 코발트 생산의 67%, 세계 수출 물량의 87%를 차지하는 콩고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자 코발트를 전략광물로 지정해 10%의 로열티를 붙이기도 했다.

한국 또한 콩고산 코발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선제적 투자가 장벽이 되면서 우회 경로를 탐색했는데, 그 중심은 콩고 정부와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사회간접시설 투자였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콩고에 처음으로 차량을 수출했다는 소식을 내놨다. 차종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로, 계약물량 500대 가운데 250대를 먼저 배에 실어 보냈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 중에서도 정부 물량으로는 가장 많은 실적이다. 콩고만 보면 올해 수출 목표(100대)의 5배, 지난해 판매 실적(45대)의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도요타 랜드크루저가 장악한 시장을 팰리세이드가 뚫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 시선을 끈 것은 팰리세이드의 사용처다. 대통령 집무실 및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업무용, 그리고 외교부 의전차로 활용된다는 것은 현대차도 코발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자동차를 주고 코발트를 받을 수 있어서다.

팰리세이드가 콩고에 간 사연
현대차는 코발트 자원과 무관하다고 설명하지만 향후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만큼 일각에선 이번 수출을 코발트 확보 전략으로 해석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친환경 이동수단 확대 경쟁을 펼치는 만큼 배터리 소재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