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5000억 적자 '생존 위기'에도
직원 20% 가입한 강성노조에
노·사 극한대립 이어져

박한신 생활경제부 기자
호봉제에 경영참여 요구까지…홈플 노조의 무리수

‘회사 생활: 미쳐 가는 홈플러스 노조의 현실.’

직장인의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홈플러스 직원이 얼마 전에 올린 글이다. 임금 18.5% 인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신선식품이 가득 담긴 쇼핑카트를 장시간 매장에 방치하는 등 노조의 각종 ‘일탈’ 행위를 열거했다.

법원은 노조가 마트 현장에서 소비자의 쇼핑을 방해했다는 점을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가까스로 지난달 말 임단협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주재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100원짜리 동전 5000개가 담긴 ‘벌금 꾸러미’를 던져 놓고 협상장을 나갔다.

홈플러스 갈등 사례는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빅3’ 중 사정이 가장 어렵다. 지난 회계연도(2019년 3월 1일~2020년 2월 29일) 순손실은 5322억원에 달했다. 직전 연도에도 1327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에 비해 홈플러스 직원 처우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계산원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전체 직원의 98%가 정규직이다. 자발적 퇴직이 아니고선 해고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 상승분이 반영돼 급여 및 수당 지급액만 지난해 5224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69.2% 증가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홈플러스 노조는 시간당 임금을 1만원으로 맞추라며 18.5%의 임금 인상안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엔 호봉제까지 요구했다.

홈플러스 직원마저 “어느 시대인데 나이가 벼슬인 호봉제를 요구하느냐”고 비판하자 이번엔 회사 경영에 관여할 태세다. 회사가 추진키로 한 홈플러스스페셜(일반 점포와 창고형 점포를 결합한 매장) 전환을 노조 합의를 받고 해야 한다는 요구다. 양측이 ‘강대강 대립’으로 미뤄진 임금협상 탓에 홈플러스 직원은 아직도 2019년 협상안 기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가 촉발한 e커머스(전자상거래) ‘빅뱅’과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대형마트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중이다. 이런 와중에 직원의 20%를 대표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홈플러스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는다면 피해는 노사 양측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노사가 생존을 위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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