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길에 비공식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약 45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21일(현지시간) 오전 9시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삼성전자는 신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총 170억달러(약 19조1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 예상한 규모다. 일부 외신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처가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시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하고, 이르면 올 3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5나노(5nm·1㎚는 10억분의 1m)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해외 공장에 5나노 초미세공정 라인을 구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5나노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상용화한 반도체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선단 공정이다. 3나노의 경우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최종 투자처가 오스틴 공장 증설로 결정되면 이는 삼성전자의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에는 2012년 중국 시안1공장에 108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한 게 최대 규모였다.

글로벌 'K-배터리' 영역을 넓히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현지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과 미국 포드는 전날 배터리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배터리의 공동 개발과 양산에 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2위 완성차 업체인 포드는 현재 순수 전기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머스탱 마크-E'를 판매 중이다. 픽업트럭 'F-150'과 승합차 '트랜짓'의 전기차 전환 작업을 위해서도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사는 조인트벤처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데까지도 나아갈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모습. SK이노베이션 제공.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모습. SK이노베이션 제공.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위해 26억달러(약 2조9600억원)를 들여 조지아주(州)에 제1공장 착공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공장 건설에도 돌입했다. 제1공장은 올해 가동을 시작해 2022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부지에 건설 중인 제2공장까지 양산 가능한 상태가 되면 오는 2023년 생산능력이 21GWh(기가와트시)로 늘어난다. 매년 전기차 30만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2019년 12월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구 기가파워)'를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의 배터리 제1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사한 규모의 배터리 제2합작공장을 테네시주에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이들 합작공장에서 오는 2024년까지 총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100만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공장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미시건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미시건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현대차는 미국내 전기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확충에 총 74억달러(약 8조3435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0억달러(1조1000억원)을 투자해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이들 4대기업이 미국 현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총 400억달러로, 한화로 45조원가량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중요해진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상호 보완 가능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특히 최첨단 반도체와 저탄소 경제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양국이 상호 보완성을 기반으로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면 급속히 확대되는 시장을 기반으로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문승욱 산업부 장관과 최태원 SK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스티브 키퍼 GM 인터내셔널 대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 에드워드 브린 듀퐁 CEO, 르네 제임스 암페어컴퓨팅 CEO가 자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최태원 회장과 함께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다. 이 공장은 최근 LG와의 배터리 특허 분쟁 영향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직접 중재에 나섰던 곳이다.

워싱턴= 공동취재단 / 서울=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