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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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전용 79㎡)에 사는 A씨는 올해 재산세를 작년보다 덜 내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4억6500만원으로 발표되면서 재산세 감면 대상에 포함돼서다. 하지만 A씨는 각종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시되는 다른 아파트들의 재산세 부과 예상액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 곳들이 재산세를 덜 내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재산세 역전 현상 속출

한국경제신문이 24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받은 전국 주택 재산세 납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A씨는 올해 52만224원의 재산세를 내야한다. 도시지역분과 지방교육세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작년 3억4700만원에서 4억6500만원으로 올랐다. 공시가격은 34.0% 올랐지만 세금 부담은 59만935원에서 11.9% 낮아졌다. 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재산세를 깎아주는 특례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5억원으로 보람아파트보다 높은 세종시 다솜1로에 있는 도램마을1단지 웅진스타클래스(84㎡)는 A씨보다 적은 47만8328원만 재산세로 내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공시가격이 3500만원 낮은 곳의 세부담이 8.7% 더 높게 계산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재산세 세부담 상한 때문이다. 정부는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산세는 전년도 세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주택은 전년도 세금의 5% 이상 오르지 못한다. 3억원 이상~6억원 미만은 10%, 6억원 이상은 30%가 세부담 상한으로 정해져있다. 토지와 기타 건축물 등의 재산세 세부담 상한은 50%다.

노원 보람아파트와 세종 웅진스타클래스의 재산세 세부담상한은 10%가 적용된다. 작년 공시가격을 보면 보람아파트가 3억4700만원으로 웅진스타클래스(3억700만원)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세부담 상한이 적용된 올해 재산세액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공시가격 폭등 여파…조세형평 어긋나

올해 이같은 재산세 역전 현상은 주택 가격대를 막론하고 전국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돈의문센트레빌(59㎡)은 공시가격이 작년 4억9400만원에서 6억1900만원으로 올라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재산세 부과액은 작년 91만7751원에서 올해 97만9419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재산세 세부담상한 30%를 적용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는 올해 공시가격이 6억3200만원으로 돈의문센트레빌보다 낮은 서울 관악구 현대아파트(116㎡)의 예상 재산세 부과액 90만4727원보다 높은 것이다. 관악 현대의 작년 공시가격과 재산세액이 각각 4억6700만원과 84만7097원으로 돈의문센트레빌보다 낮았던 영향이다.

공시가격 8억8000만원인 상도더샵1차(84㎡)의 재산세 예상액 218만1740원도 공시가격 8억2000만원인 상암월드컵파크4단지(84㎡)의 224만1144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재산세 역전 현상이 올해 예년보다 더욱 심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병탁 팀장은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세부담 상한까지 재산세를 더 내야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공시가격이 낮은 곳의 재산세 부담이 커지는 '역전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공시가격이 높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의 재산세 부담액이 큰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영향으로 세부담 상한까지 재산세 부과액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같은 역전 현상이 더 심화됐다는 것이다.

재산세 역전 현상은 조세 형평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세 대상 자산의 가액이 낮은데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은 이유로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높이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