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라거 맥주에 비해 탄산이 약해 목 넘김이 부드럽네요. 은은히 퍼지는 과일향도 제 취향에 맞습니다. 밀맥주 '호가든'이나 '블랑1664'와 비슷한 것 같아요. 인기가 많다더니 확실히 맛있긴 하네요." (34세 직장인 오선아 씨)

"탄산이 가득한 게 진정한 맥주의 매력 아닌가요. 곰표 밀맥주는 제 입맛엔 잘 안 맞네요.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맛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물량이 많이 풀렸다고 하던데 한 번 마신 이후로 재구매는 안 하고 있습니다." (26세 대학생 황훈석 씨)

[사진=BGF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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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가 선보인 곰표 밀맥주 인기가 뜨겁다. "그렇게 맛있나"라고 물으면 호불호가 갈렸지만 '유행의 대명사'로 떠오른 게 포인트다. "요즘 핫한 인싸(인사이더·인기가 많다는 의미) 맥주", "안 먹어보면 유행에 뒤처지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5월 출시 3일 만에 초도물량 10만개가 완판되는 등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 맥주는 CU가 대한제분과 협업해 만든 수제맥주다. 패키지에 대한제분 밀가루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인 백곰이 들어가 있다. 맥주는 국산 밀로 만들어졌으며 패션후르츠 추출물, 복숭아 추출물, 파인애플 추출물이 첨가돼 과일향이 나는 특징이 있다.

곰표 밀맥주는 최근 한층 불티나게 팔렸다. 편의점 전체 맥주 상품 중 매출 1위로 등극했을 정도다. 지난달 29일 기준 곰표밀맥주는 카스, 테라, 하이네켄 등 국산·수입 맥주를 제치고 CU 맥주 매출 1위에 등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편의점에서 단독 판매하는 맥주가 대형 제조사 제품을 누르고 매출 1위에 오른 건 곰표 밀맥주가 처음이었다.

제품 맛에 대해서는 취향에 따라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도 나왔지만 레트로(복고)에 빠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감성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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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곰표 밀맥주를 구하는 과정 자체에 열을 올렸다.

은행원 허모씨(32·여)는 "주변에 곰표 밀맥주 마셨다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맛은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톡 쏘는 맛이 강한 라거 맥주를 선호해 내 입맛에 맞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못 마셔보면 유행에 뒤떨어지는 사람 같아 퇴근길에 편의점 들를 때마다 곰표 밀맥주가 있는지 찾아본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박완희 씨(29)는 곰표 밀맥주 8캔을 사다 냉장고에 넣어뒀다고 했다. 그는 "어느날 편의점에 가니 곰표 밀맥주가 잔뜩 있어 여러 캔 구매했다. 구하기 힘들다고 하니 '이때다' 하고 대량 구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곰표 밀맥주는 '희귀템'이란 인식이 있어 소장 욕구를 부르는 것 같다. 기숙사 냉장고에 곰표 밀맥주를 가득 넣어놓은 모습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렸다"고 귀띔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SNS에서는 박씨처럼 곰표 밀맥주 인증샷을 남기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곰표맥주'를 검색하면 2만7000여건의 게시글이 나온다. "듣기만 하던 맥주 드디어 먹어봤다. 향과 맛은 한 번쯤 사 먹어도 괜찮을 법하다", "요즘 핫한 인싸(인사이더·인기가 많다는 의미) 맥주. 드디어 겟(get·구매)했다. 이게 뭐라고 행복하다" 등 곰표 밀맥주 구매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소비자들이 제품 품질과 별개로 유행의 대명사가 된 상품을 소비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곰표 밀맥주는 레트로 열풍을 대표하는 제품인 데다 인기가 많아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란 인식이 생겼다"면서 "맥주의 맛과 향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기보다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하며 일종의 재미를 추구하는 '가치소비'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