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사진=CJ ENM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인터넷TV(IPTV) 사업자들이 "비상식적인 인상"이라고 공개 비판한 데 대해 "콘텐츠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고 지난 20일 정면 반박했다.

앞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로 구성된 한국IPTV방송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최근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전년 대비 25% 이상이란 비상식적 수준으로 공급 대가 인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해당 콘텐츠 사업자를 명시하진 않았으나 업계에선 사실상 CJ ENM을 겨냥한 것으로 봤다.

이에 CJ ENM은 입장문을 내고 IPTV 3사가 "(사용료 인상 요구는) 국민의 시청권 침해"라고 주장한 것은 콘텐츠 공급자에게 지급하는 현행 프로그램 사용료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고 맞섰다.

CJ ENM이 인용한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IPTV 업계가 고객에게 수취한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가운데 16.7%만 실시간채널 공급 대가로 전체 방송채널 사업자(PP)에게 분배했다. 그러면서 "음원, 영화, 웹툰 등은 고객의 콘텐츠 이용료 중 50~70%가량을 콘텐츠 업체에 배분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역설했다.

CJ ENM은 "국적 없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콘텐츠 산업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제작비 회수(리쿱) 구조가 양질의 콘텐츠 생산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IPTV사도 공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IPTV방송협회 성명서에 대한 CJ ENM의 입장문 전문.
한국IPTV방송협회는 CJ ENM이 올해 프로그램 사용료를 올려달라는 주장에 ‘국민의 시청권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안의 본질인 IPTV 업계의 불공정한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현실을 가리려 했다는 점에서 유감입니다.

CJ ENM의 가격인상 요구가 과하다는 협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IPTV 3사는 고객에게 받은 채널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중 불과 16.7%만을 콘텐츠 공급자인 PP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악, 영화, 웹툰 등 다른 콘텐츠 플랫폼이 고객들이 낸 콘텐츠 이용료의 50~70%를 콘텐츠 공급자에게 배분하는 것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낮습니다.

협회가 CJ ENM이 ‘비상식적 수준’의 콘텐츠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맞지 않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IPTV사들이 최근 5년간 홈쇼핑 채널에서 받는 송출수수료를 연평균 39.3%씩 올린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CJ ENM을 ‘대형 콘텐츠 사업자’라 호칭하고 콘텐츠 가격 인상 요구를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비판한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콘텐츠 가격 결정에서 절대적 발언권을 가진 과점 사업자임은 업계의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또 이들 IPTV 사업자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규모 면에서 CJ ENM보다 몇 배는 더 큰 기업들입니다. 협회의 주장은 을의 입장인 CJ ENM의 하소연을 거꾸로 ‘갑질’로 매도하려는 의도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CJ ENM이 콘텐츠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K콘텐츠 생태계가 상생하려면 IPTV 업계의 콘텐츠 저평가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국내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사용료는 제작비의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해 광고, 협찬, 해외시장 공략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방송콘텐츠 시장 정상화를 위해 IPTV업계가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을 간곡히 요구합니다.

아래는 주요 쟁점별 CJ ENM의 입장입니다.

IPTV 실시간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문제

현재 당사는 IPTV 3사와 올해 실시간채널 공급에 따른 프로그램사용료 인상율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협상 중인 사항이라 당사가 요구하는 인상율을 공개할 수 없지만 시청점유율 상승에 따른 당사 채널의 영향력과 제작비 상승 및 콘텐츠 투자규모에 걸맞는 요구안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당사가 핵심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IPTV 3사가 콘텐츠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IPTV가 고객들에게 수취한 기본채널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가운데 16.7%만이 실시간채널 공급 대가로 전체PP에게 배분되고 있습니다.

국내의 음원, 웹툰, 극장 플랫폼 등이 고객들의 콘텐츠 이용료 가운데 약 50~70% 가량을 콘텐츠 제공사에 배분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사가 챙겨가는 몫은 과도합니다. 특히 IPTV 3사는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SO나 위성 플랫폼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의 프로그램 사용료율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IPTV사가 홈쇼핑채널에서 받는 송출수수료는 지난 5년간 연평균 39.3%씩 인상된 바 있습니다.

저가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방송사의 콘텐츠 투자 위축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게 되면 플랫폼사 유료가입자 이탈로 인해 결국 유료방송산업의 경쟁력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IPTV사의 경우 해외 OTT에게는 파격적인 수익배분을 해 주면서 국내 방송사의 콘텐츠 평가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갈수록 국적 없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콘텐츠 산업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제작비 리쿱 구조가 양질의 콘텐츠생산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IPTV사도 공유해 주기를 바랍니다.

IPTV사 운영 OTT 실시간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문제

CJ ENM은 당사 채널들의 실시간 방송과 VOD 등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KT와 LG유플러스에서 운영하는 OTT에 제공해 왔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KT와 LG유플러스의 OTT에 제공 중인 당사 실시간 방송과 관련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율 문제입니다.

본 사안의 본질은 IPTV가 운영중인 OTT(상품명: KT 시즌, LG유플러스 모바일TV)를 어떤 서비스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IPTV 측은 해당 서비스가 자사 유료방송플랫폼인 IPTV 서비스를 단순히 모바일 환경으로만 옮겨놓은 ‘모바일 IPTV’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사는 해당 서비스가 명확히 ‘OTT 서비스’라는 입장입니다. IPTV 외 해당 OTT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 사용 요금을 내야하며, IPTV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해당 OTT에 가입과 탈퇴가 가능하며, VR 특화 콘텐츠처럼 IPTV에는 없지만 OTT에서만 별도 서비스되고 있는 콘텐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IPTV와는 다른 요금체계, 별도의 가입자 경로, 별도의 추가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나 시장조사기관에서 내놓는 OTT 시장 동향 자료에도 KT 및 LG유플러스의 해당 서비스는 ‘OTT’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위의 쟁점이 중요한 이유는 해당 서비스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사용료의 적정 규모에 대한 접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당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중이 컸던 IPTV 프로그램 사용료 본계약과 연계하여 ‘KT시즌’과 ‘LG유플러스 모바일TV’에 헐값에 콘텐츠를 공급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사용자 확대에 따른 OTT 위상에 걸맞는 ‘콘텐츠 제값받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IPTV 계약과 분리된 별도의 재계약 협상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일부 IPTV사들은저가에 수급한 타사 콘텐츠를 활용한 OTT 서비스를 자사의 고가 통신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IPTV사들이 콘텐츠 가치 책정에 있어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해 줄 것을 바랍니다.

한편 당사는 ‘KT시즌’과 ‘LG유플러스 모바일TV’ 외 타 OTT에도 동일한 잣대를 가지고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OTT간 차별적인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조건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패드TV 등 신기술 적용 서비스의 대가 산정에 관한 문제

기존에는 없었지만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올레tv탭’, ‘U+ tv 프리’ 등의 서비스는 고객에게 새로운 콘텐츠 시청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당사 역시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기술과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당사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한국IPTV방송협회에서 해당 서비스의 도입을 마치 당사가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성명서상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PAD TV 등 IPTV 신기술 적용 서비스가 출시될 경우,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 관련 기술적 보호조치 방안 및 가입자수 자료를 콘텐츠 사업자에게 성실하게 제공하고, 이에 따른 사용료 협상을 하면 되는 사안일 뿐입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