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급식농가 살린 임혜진 11번가 MD

'급식 농산물 버려질 위기' 뉴스에
농식품부에 "우리가 팔겠다" 전화

지난해 총 5억원어치 '완판'
평사원 출신 첫 농식품장관상
임혜진 11번가 MD "'급식 꾸러미'로 버려질 농산물 판로 개척했죠"

“우리가 팔아보겠습니다. 급식 납품 농가를 연결해주세요.”

지난해 3월 뉴스를 보던 임혜진 11번가 신선식품팀 상품기획자(MD·사진)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로 집단휴교에 들어가면서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이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쏟아지던 때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평소 친환경 농산물에 관심을 두고 있던 개인적 경험도 의욕을 자극했다.

“대표번호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 ‘우리가 팔아보고 싶다’고 말했죠. 농식품부에서도 e커머스 판로 개척은 처음 하는 시도라며 많이 지원해줬어요.”

마음과 달리 처음엔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았다. 학교에만 납품하던 농가들은 온라인 판매는 물론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임 MD는 “일반 소비자에게 팔 때 어느 정도의 양이 적절한지는 물론 택배 포장이나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법을 몰라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임 MD는 농식품부가 연결해준 농가 협동조합을 만나러 충남 논산으로 내려갔다. 현장에서 농가 10여 곳과 논의해 감자 당근 양파 쌀 등으로 구성된 ‘급식 농산물 꾸러미’ 상품을 만들었다.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20~30% 저렴하게 책정했다. 11번가는 농가들을 위해 상세 페이지를 개설하고 택배업체를 연결해줬다. 이 모든 일이 농식품부에 전화를 건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급식 꾸러미 상품은 지난해 3월 18일 11번가에서 처음 판매됐다. 임 MD는 “맘카페에 입소문이 나면서 3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 3000세트가 동이 나 깜짝 놀랐다”고 했다. 추가 물량을 준비해 2차 판매를 한 24일에도 6000세트가 완판됐다. 농식품부는 홍보 영상을 찍고 마케팅 비용을 지원했다. 급식 농산물 꾸러미 기획전은 2학기 등교가 미뤄진 지난해 9월에도 열렸다. 지난해 5억원어치 이상 팔렸다.

농식품부는 임 MD의 노력을 높이 사 지난해 12월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e커머스업체인 11번가에서 평사원이 장관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임 MD는 “코로나19로 농가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구매가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나서준 덕분에 급식 꾸러미가 흥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MD는 2019년 10월 11번가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대형마트 바이어로 6년간 일했다. 이직하기 직전 1년간 담당한 분야가 신선식품이었다. 대형마트에서 팔 만한 ‘예쁜’ 농산물을 사러 전국 산지를 돌아다닐 때마다 ‘못난이’ 농산물이 눈에 밟혔다. 맛있고 싱싱한데도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떨이 처리되는 상품들이 아까웠다.

급식 꾸러미의 성공에 힘입어 임 MD는 지난해 4월 11번가의 못난이 농산물 브랜드 ‘어글리러블리’를 만들었다. 지난해 연간 판매액은 17억2000만원, 구매 회원은 7만6000여 명에 이른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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