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들은 무선호출기(삐삐)를 착용하고 있다. 사내에서만 쓰는 통신기기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의사소통하는 수단으로 삐삐를 쓰고 있다"며 "생산라인 각 공정의 상황을 알리고 유사시 재빨리 대처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에는 보안상 이유로 휴대폰 등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된다.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정의 정보가 새어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사업장에 무전기나 무선통신기기를 따로 비치하는 이유다.

직원들이 스마트폰 대신 아직도 '삐삐' 쓰는 기업이 있다고?
SK하이닉스에서 유독 삐삐를 쓰게 된 사연은 이 회사의 전신인 현대전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전자는 이천 사업장에서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삐삐, CD플레이어 등 가전제품을 생산했다. 자연스레 생산라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삐삐를 통해 의사소통을 나눴다. 현대전자가 사명을 변경한 하이닉스를 SK가 인수한 뒤에도 이같은 통신 방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삐삐에는 단점이 있었다. 삐삐로 호출받은 뒤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기에 번거로웠던 것. 호출한 사람도 전화기 앞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기존 삐삐를 업그레이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한글과 영어 문자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기기를 개선했다.

개선된 기기는 전화기 뿐 아니라 PC에서도 호출을 받을 수 있다. PC에서는 특정 직원의 삐삐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생산라인에 있는 직원 모두에게 전체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정해진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는 예약문자 기능도 있다. 이 삐삐에는 카메라, 인터넷 등 다른 기능은 없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보안 유지를 위해 자체 통신망을 통해 삐삐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