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농산물 바이어로 일하면서 작년 같은 날씨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코로나로 외국인 인력 대란까지 겹쳐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역대급’입니다.”(한 대형마트 농산물 담당 바이어)
일손 부족…마늘값 3배·양상추 2배 올랐다
지난 1월 ㎏당 511원이던 배추 경락가격(경매 낙찰가)은 4월 841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515원으로 정상화됐다. 비트코인에 버금가는 변동성에 농산물 바이어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파테크’ 신조어까지 낳은 대파, 배추뿐 아니라 마늘 양상추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가뭄 냉해 등 계절적 요인에 코로나19로 인한 일손 부족이 계속되면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유례없는 널뛰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달 새 40% 오르내린 배추값

18일 한경·팜에어 한국농산물가격지수에 따르면 올 1월 17일 511원이던 ㎏당 배추 경매 낙찰가는 지난달 841원까지 치솟았다가 봄배추가 출하되며 한 달 만에 515원으로 떨어졌다.

통상 대형마트 등에선 4월까지는 동절기에 재배한 해남산 저장 배추를 주로 판매한다. 지난겨울 이 지역에 한파가 닥치면서 예년엔 1900~2000원대 초반에 형성되던 대형마트의 해남산 배추 가격(포기당)이 2930원가량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여름 배추 생육기에 불어닥친 태풍도 영향을 미쳤다. 봄배추가 출하되며 가격이 떨어졌지만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도형래 롯데마트 채소팀 책임은 “19일부터 충남 예산의 햇배추를 판매하면서 포기당 가격을 500원가량 떨어뜨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 파동을 낳은 대파도 4월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준(1997원)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마늘, 양상추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마늘은 지난 17일 ㎏당 5312원(경매 낙찰가)을 기록하며 1년 전(1925원)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양상추 가격도 같은 기간 ㎏당 1151원에서 2256원으로 약 두 배 올랐다.

마늘 가격이 뛴 건 재배면적이 줄면서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14.4% 줄어든 2만1716㏊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마늘 시세가 좋지 않아 제주도에서는 마늘 대신 브로콜리 옥수수 등으로, 육지에서는 생육 조건이 비슷한 양파로 재배 작물을 바꾼 농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손 부족에 가격 상승 고착화되나

긴 장마와 강한 태풍, 혹한이 이어진 지난해 기후 여파가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산지의 인력 수급 불균형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공급이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외국인 인력이 고국으로 돌아갔고 남아 있는 인력도 일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단기간 내 해결되기 힘든 인력 수급 불균형이 농산물 가격을 지속적으로 밀어올릴 전망이다. 한 대형마트의 채소 담당 바이어는 “현지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원하는 시점에 수확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인건비를 올려주거나 국내 인력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소비자 구매가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농산물뿐 아니라 소고기와 돼지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도 상승 추세를 띠고 있어 ‘식탁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한우등심(1등급) 가격은 지난해 5월 14일 100g당 9315원에서 이달 14일 1만217원으로 올랐다. 계란 가격(특란 30구)은 같은 기간 5276원에서 7383원으로 급등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