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전량 매각 시사 후
"안 팔았다" 트윗…시장 출렁

엇갈리는 암호화폐 전망
세계 각국 잇단 규제 움직임
美인플레·금리인상 우려 겹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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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대장주’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이 연일 하락하며 1주일 사이 20%가량 급락했다. 코인 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머스크의 말장난…암호화폐 무너졌다

17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11시 기준 5457만원을 기록했다. 고점을 찍은 지난달 14일(8199만원) 이후 한 달여 만에 33% 빠진 것이다. 비트코인 열성 지지자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일 부정적인 메시지를 남긴 것이 빌미가 됐다.

머스크가 이날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매각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비트코인은 5765만원에서 5138만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5500만원 선까지 반등하는 등 요동을 쳤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 각국의 암호화폐거래소 규제 강화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비트코인 도미넌스)이 이날 40% 아래로 떨어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잡코인(알트코인)에 투자가 몰리면서 ‘거품’이 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올해 초 70%를 넘었다. 4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암호화폐 분석회사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큰손들이 암호화폐를 대거 매각하고 있다”며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을 과열의 징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틀거리는 비트코인…"곧 터진다" vs "조정"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 붕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약세론자들은 세계 각국 정부의 규제 방침이 가시화하는 데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대로 투자 가치가 없는 ‘알트코인’ 위주로 낀 거품이 꺼지면서 ‘건전한 조정’을 거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악재 겹치는 암호화폐업계
암호화폐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연일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며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머스크는 17일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량을 매각한 사실을 다음 분기에 확인하면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스스로를 책망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트윗에 “정말이다(indeed)”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러고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기존 트윗을 지우고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음을 명확히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머스크의 말장난…암호화폐 무너졌다

비트코인은 머스크가 처음 댓글을 남긴 직후 5765만원에서 52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입장을 번복하자 오후 6시 기준 5533만원까지 반등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보다) 10배 더 빠르다”(16일) “비트코인 채굴에 화석연료가 많이 쓰여 환경을 해친다”(12일)고 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암호화폐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지난 12일 비트코인은 6971만원에서 6225만원으로 급락했다. 당시 분석가들은 지난달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6%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2% 늘며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국제 사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다음달 암호화폐 가치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심사 중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1일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투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변동성은 물론 규제가 없고 시장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거품 빠질 것…건전한 조정”
아직 기관투자가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알트코인의 투자 비중이 늘어난 것이 거품 붕괴 징후로 해석된다.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비트코인 시가총액 비중은 39.9%였다. 이달 초만 해도 49.0%로 50%에 가까웠다. JP모간은 지난 7일 “비트코인이 40%에 도달하면 ‘꽤 빠른 속도’로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암호화폐 상승장은 비트코인에 투자한 기관투자가가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기관의 시각에서 벗어나 비이성적인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견해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인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인 암호화폐 지갑에서 거래소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약 3만 개(1조6650억원)로, 최근 1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도지코인처럼 가치 없는 알트코인에 대해 펌핑(세력들에 의한 시세 부양)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큰손들은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건전한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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