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지난 13일 LCD TV에서 나온 플라스틱 화합물을 해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지난 13일 LCD TV에서 나온 플라스틱 화합물을 해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지난 13일 LG디스플레이 경기 파주공장 제조환경파트의 65인치 LCD TV 분해 현장. 직원들이 TV 뒷면 커버를 떼어내자 무게 440g의 은색 광학시트 5장이 겹쳐 있었다. 광학시트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색을 구현하는 LCD TV의 핵심 부품이지만 플라스틱 화합물이어서 재활용할 수 없다. 최병희 제품환경파트 책임은 “TV엔 화합물이 섞인 부품이 많아 사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중요하다”며 “광학시트는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워야 해서 환경에 유해하다”고 말했다.

OLED 플라스틱 0.4㎏…LCD 10분의 1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은 LCD TV 분해를 마친 뒤 같은 크기의 OLED TV를 해체했다. OLED TV는 LCD TV와 달리 패널과 백커버(패널을 받치고 열을 빼는 기능을 하는 부품)로만 분리됐다.

OLED TV의 빛을 내는 방법이 LCD와 다르기 때문이다. LCD TV는 백라이트에 붙은 LED(발광다이오드) 램프의 빛이 광학시트를 거쳐야 색을 낼 수 있다. OLED TV는 패널에 붙인 유기물 소자가 스스로 빛과 색을 내기 때문에 광학시트 등이 필요 없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65인치 LCD 패널을 제조할 때 들어가는 플라스틱은 5.2㎏ 정도지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0.43㎏에 불과하다. 순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TV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복합물질이어서 다시 쓰기 어렵다. 올해 1분기까지 OLED 패널 누적 출하량은 약 1500만 대로 LG디스플레이가 LCD 대신 OLED 패널을 생산함으로써 저감한 플라스틱 양만 7만1550t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책임은 “OLED 제조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LCD 대비 90% 정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50% 줄여

플라스틱을 줄인 만큼 실내 유해물질 배출량도 적다. OLED TV 패널은 아토피 등 새집증후군 유발물질로 알려진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방출량을 LCD TV 대비 50% 이상 줄였다는 게 LG디스플레이의 분석이다.

유해물질이 적은 만큼 부품 재활용 역시 LCD 대비 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OLED TV의 제품 재활용률(무게 기준)은 92.2%로 70%대 초반인 LCD TV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유리기판 및 일부 플라스틱 부품 외엔 재활용이 가능한 철 등으로 TV의 부품 소재를 단일화한 영향이 크다. 재활용은 복합 소재가 아니라 단일 소재만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양지원 제품환경파트 선임은 “알루미늄과 철로 구성됐던 백커버를 철로 단일화한 게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생산공정에서도 ‘친환경’ 노력

OLED TV의 친환경성이 강화되는 건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도입한 ‘에코인덱스’ 영향이 크다. 인덱스는 재활용률, 유해물질 사용 여부 등을 자체 평가한 지표로 LG디스플레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LG디스플레이의 ESG 경영은 해외 평가기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지속가능평가기관 CDP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리더십A’를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14년 이후 친환경 생산설비에 370억원을 투자,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4년 대비 39% 줄였다.

파주=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