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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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13일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3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멈추고 있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하자는 게 협약의 취지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은 데다 6월이면 반도체 기업들이 차량용반도체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생산라인 멈춘 자동차 기업들

미국 포드는 지난달 28일 반도체 부족으로 2분기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북미 공장 여러 곳의 생산 중단을 연장할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지난달 12∼13일과 19∼20일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7∼14일에는 코나와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다. 이달 6∼7일에는 울산공장의 포터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은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PC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 반면 완성차 업체들은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반도체 생산 기업들은 주력 생산품을 차량용 반도체 대신 IT기기 반도체로 대체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자동차 주문이 늘면서 차량용반도체 쇼티지가 나타났다.

◆압박받는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대란'인데…삼성이 안나서는 이유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도 반도체 공급난으로 미국의 자동차 생산 조업 중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집됐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직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 들고 반도체 인프라를 강조하기도 했다.

백악관 회의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나 라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4일(현지 시각) 미국 산업 단체인 카운슬오브디아메리카스(COA) 행사에 참석해 “정부는 대만과 TSMC가 우리 자동차 회사들이 필요로 한 것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루도 이를 요구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인텔과 TSMC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백악관 회의 직후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인텔이 직접 나서겠다"며 "앞으로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몬 장관은 오는 20일에도 반도체 칩 부족 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화상회의를 연다. 반도체 제조사 인텔과 대만 TSMC, 삼성전자는 물론 반도체 수요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구글, 아마존도 회의에 참석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익성 낮아 고민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2.3%에 불과하다. 미국(31.4%) 일본(22.4%) 독일(17.7%) 등에 비해 취약하다.

일각에선 한국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뒤쳐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이 적은 것은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다.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떨어진다. 모바일용 AP의 평균판매가격이 10달러 이상인데 비해 차량용 MCU 평균판매가격은 1달러대다. 차량용 반도체는 교체 주기도 길다. 차량 교체 주기가 10년 이상이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라인도 수익성 높은 12인치 공정 위주로 바꿔놨다.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반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는 주로 8인치 웨이퍼가 사용되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생산라인을 교체 하거나 새로 깔아야한다. 그만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6월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최근 미국 CBS의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6월 말까지 자동차 칩에 대한 최소한도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감지되면서 최대한 많은 칩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M&A도 쉽지 않아

삼성전자의 차량용반도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M&A 대상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곳이 NXP다. 미국 월가의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에 기반을 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를 물색할 것이며, 이 중에서 NXP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고 보도 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NXP는 미국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선 NXP 인수도 쉽지 않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다. NXP의 몸값은 현재 최대 70조원으로 점쳐진다.

물론 삼성전자의 보유한 현금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약 10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70조원을 한번에 소진하기엔 충분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전체 운영 비용이 한달에 약 1조 2000~1조 3000억원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다"며 "70조원을 쓰고 난 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은 30조원으로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위한 반도체로 방향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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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미래형 자동차를 위한 반도체 생산으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조언한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중심엔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가 있다. MCU의 가격 수익성 교체주기 등이 문제인 셈이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방향을 바꾸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주요 품목 중 하나인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에 주로 활용돼 왔으나 최근 자율주행차와 로봇, 의료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키우고 싶어하는 시스템반도체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제어 기능을 관장하는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기술협력으로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배터리 관리 칩,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양산차 적용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개발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도 20조원대 파운드리 반도체 라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임원들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의 생산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다면 수익성을 지키면서도 미국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압박을 이겨낼 전략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