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보의 딥데이터 67]
文 4년 기획
(3) 부동산·생활비 & 삶의 질

韓 '삶의 질' 4년 전 상위 30%
현재 중위권으로 추락…朴 때 2계단↑

1주택자 되려면 12년→24년
낮을수록 좋은 PIR 순위는 30계단↑
생활비 부담도 5계단↑
모두 朴 때 보다 악화

"文 잘한 것 없다" 평가가 압도적
불안한 민생, 결국 투자 광풍으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 4년간 한국의 삶의 질 지표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출범 때 전세계 상위 30% 안에 들던 삶의 질 지표가 4년 만에 중위권으로 낮아졌다는 글로벌 통계 사이트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개발도상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루마니아보다 삶의 질 수준이 낮아진 것이다. 부동산 값 폭등으로 인해 주거 비용과 필요 생활비가 크게 늘어난 것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韓 삶의 질, 상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추락'
전세계에서 한국의 삶의 질 지표 순위는 4년간 22위에서 42위로 추락했다. 반면 소득 대비 주탁가격 비율(PIR)과 생활비 지수는 순위가 크게 올랐다. PIR과 생활비 지수는 순위가 낮을수록 좋은 것으로 해석한다. /표=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전세계에서 한국의 삶의 질 지표 순위는 4년간 22위에서 42위로 추락했다. 반면 소득 대비 주탁가격 비율(PIR)과 생활비 지수는 순위가 크게 올랐다. PIR과 생활비 지수는 순위가 낮을수록 좋은 것으로 해석한다. /표=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16일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지표는 130.02를 기록했다. 평가 대상국 83개국 중 42위로, 딱 중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넘베오는 구매력,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생활비, 오염, 안전 등 각종 지수를 평가해 삶의 질 지표를 구한다.

한국 바로 위에는 남아공(39위), 루마니아(40위), 푸에르토리코(41위)가 있다. 남아공과 루마니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각각 한국의 15%, 43% 수준의 개발도상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 하더라도 한국은 162.49로 67개국 중 22위, 상위 30% 수준이었다. 불과 4년 만에 지표는 30포인트 떨어지고 순위는 상위권에서 중위권으로 강등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동안에 한국은 2013년 23위(135.62)에서 2016년 21위(170.29)로 2단계 상승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구매력(Purchasing Power) 지표가 95.57에서 120.64로 크게 오른 것이 전체 순위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2016년 한국이 21위를 차지했을 당시, 20위는 아일랜드, 22위는 체코, 23위는 이스라엘이었다.
주택 부담 순위 30계단 '껑충'
현 정권 들어 한국의 삶의 질 지표가 크게 악화된 데에는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택 가격 폭등과 생활비 부담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2021년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3.63로 높아졌다. 1년치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부동산을 사는 데 대략 2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낮을수록 좋지만,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의 PIR은 비교국 109국 중 12위로 상위 10% 수준이다. 그만큼 한국은 주거 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국가가 됐다.

2017년 이 지수는 12.38로 전세계 42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4년만에 PIR은 10년 늘었고 순위는 30계단이나 올랐다. 박근혜 정부 때 PIR이 단지 3년(11.52→14.87) 상승하는데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생활비 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이 역시 낮을수록 좋은 지표지만, 한국의 생활비 지수는 올해 81.2로 전세계 14위를 기록했다고 넘베오는 밝혔다. 생활비 지수는 뉴욕시를 100 기준으로 환산한다. 외식비, 소비재 가격, 식료품 가격 등은 포함되고 주택 비용은 제외된다.

생활비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일본(7위·87.77), 싱가포르(10위·85.59) 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프랑스(15위·80.62), 홍콩(16위·79.94) 같은 국가보다는 높았다.

한국은 2017년만 하더라도 75.41로 19위였다. 4년간 5포인트 상승하고 순위는 5계단 상승했다. 박 전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순위는 35위에서 22위로 크게 뛰었지만, 수치는 80.44에서 73.18로 떨어져 생활비 부담은 오히려 완화됐다.

문 대통령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가 서민 경제를 파탄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민생 성적표는 문 대통령 때 더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文, 잘한 것 없다" 평가 압도적
민생 불안…주식·코인 시장으로
이런 상황은 여론조사 상에서도 나타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문 대통령이 그동안 잘한 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결과, 35%가 "잘한 일이 없다"고 응답해 가장 많았다.

잘못한 일만 묻는 질문에는 "주택문제 등 민생경제 문제에 대처를 못한 점"이라고 지적한 응답자가 40%로 가장 높았다. 2위 "장관이나 참모 등의 인사를 잘못한 점"(13%)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응답이었다.

민생 불안은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 등 '투자 광풍'으로 번지고 있다. 늘어난 경제 부담을 소득만으로는 감당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하는 국민들이 증가한 결과란 설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주식 투자자 수는 911만명으로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청년들의 투자 증가는 주거 불안정성 확대, 생활비 부담 증가와 관련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7월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30세대를 대상으로 금융 투자 이유를 물은 설문에 대해 가장 많은 31%는 '주택구입 재원 마련'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은퇴 자산 축적'(23%), '결혼자금 마련'(15%) 순이었다. 당시 미래에셋연구소는 "젊은 세대들에게 주거안정 니즈(욕구)가 더욱 절실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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