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만 하면 최고? 본연의 특성이 살아 있어야"
“단맛이 강하다고 해서 꼭 좋은 과일일까요?”

신훈 우리가앤 대표(55·사진)는 어떤 프리미엄 과일을 추천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좋은 과일을 고를 때 당도만 봐선 안 된다”며 “단맛과 신맛, 식감, 향, 크기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 종 본연의 특성을 잘 갖춘 과일이 진정한 명품”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국내 과일 유통업계에서 ‘명품 감별사’로 통한다. 품질이 좋은 과일을 발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그는 고품질 과일을 선별해 온라인 직거래 장터인 우리가앤에서 판매하고 있다. 우리가앤이 상품 홍보부터 판매, 고객 대응까지 도맡는 시스템이다. 농부는 과일 재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 대표는 “더 달고 알을 굵게 하려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재배한 과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한 과일을 찾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신고’라는 품종의 배는 통상 10월에 가장 맛있게 익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요즘은 9월이면 굵은 신고배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800g이 넘는 것은 개당 1만원에 팔린다. 신 대표는 “이런 신고배는 질소를 비롯해 다양한 비료와 지베렐린, 스테로이드 등 각종 약품을 투입해 키운 결과”라며 “사람에 비유하면 나이는 17세밖에 안 됐는데 몸무게가 120㎏에 달하는 고도비만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북 고창 ‘도덕현 포도원’에서 재배하는 포도를 ‘건강한’ 프리미엄 과일로 꼽았다. 이 포도원은 나무 한 그루에 포도 4500송이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무 기둥에서 뻗어나온 덩굴이 구조물을 타고 넓게 펼쳐져 있다. 보통 포도나무는 그루당 약 13㎡의 땅을 차지하는데, 이 포도원의 나무는 약 991㎡를 차지한다. 신 대표는 “길이 20m가 넘는 나뭇가지 끝에 있는 포도까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된다는 것은 나무가 무척 건강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요즘 먹을 만한 과일에 대해선 “국내 과일 시장은 통상 5월이 가뭄 기간”이라고 말했다. 부산 대저토마토, 하우스 딸기 등 주요 과일이 끝물이어서다. 대신 6월 중순 노지 자두를 비롯해 복숭아(7월), 사과·배·수박(8월) 등 ‘과일 시즌’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달엔 대봉감을 3년 이상 발효해 만든 곶감처럼 시기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별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