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관계자 "잡코인 많으면 실명계좌 등 심사 때 불리할 수도"
중소 거래소, 거래대금 '0원' 코인 수두룩(종합)
바뀐 특정금융거래정보법률(특금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일부 국내 가상화폐(코인) 거래소들에는 투자자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이른바 '잡(雜)코인'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코인들은 일정한 법적 잣대 없이 각 거래소만의 기준을 통과하면 상장할 수 있는데, 이렇게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 코인들이 많은 거래소는 은행들의 실명계좌 발급 지침 중 하나로 알려진 '자산 안정성'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13일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 사이트가 순위를 매기는 전 세계 거래소 311곳 중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14곳이다.

코인마켓캡은 트래픽, 유동성, 거래량, 합법성 등을 기반으로 각 거래소의 순위를 매긴다.

이 가운데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몇몇 거래소에서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가상화폐) 중에서도 거래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은 코인들이 많다.

12일 오후 5시 현재 14곳 거래소 중 거래대금이 가장 작은 비트소닉 원화 시장에는 총 90개 코인 중 21개를 뺀 나머지 69개(76.7%)의 거래대금이 '0'이다.

이 거래소 원화 시장에서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코인의 경우 이 시각 거래대금이 7천200만원에 불과하다.

비트소닉 측은 "거래소 원화 시장은 기존처럼 매수, 매도가 가능하다"며 "원래 이 정도는 아닌데 최근에 출금 지연 문제 때문에 거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소닉은 최근 출금 지연 문제로 투자자 발길이 뜸해지면서 거래대금이 확 줄었지만, 비교적 거래 규모가 큰 거래소에서도 거래대금이 '0'인 코인들이 적지 않다.

일례로 거래소 체인엑스 원화 시장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총 67개 코인이 상장해있는데, 이 가운데 15개(22.4%)의 거래대금이 '0'이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코인의 거래량, 거래대금이 적은 건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사실 코인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코인이) 계속 유지되겠다는 생각을 못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과정에서 '검증 책임'을 떠안은 은행들은 검증 주요 항목으로 거래소가 취급하는 자산의 안전성을 평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거래되지 않는 잡코인이 많을수록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취급하는 코인이 많을수록 잡코인도 많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어 심사 때 불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