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 한계 넘었다…삼성전자, 차세대 D램 기술 개발
삼성전자가 D램 모듈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기술(사진)을 개발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중앙처리장치(CPU) 1개에 D램 모듈 16개’로 요약되는 서버용 컴퓨터 설계 공식을 깬 것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또다시 ‘초격차’를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컴퓨터의 중심은 CPU다. CPU에 D램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을 결합해야 컴퓨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종전 표준인 DDR(Double Data Rate) D램 모듈이다. 설계상의 한계 탓에 가정용 데스크톱 PC엔 4개, 데이터센터 등에서 활용하는 서버용 컴퓨터엔 16개의 D램 모듈을 붙이는 게 고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16개의 D램 모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다.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D램 병목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 출시되는 D램의 성능이 데이터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신기술을 활용하면 DDR D램 외에 CXL D램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도로에 비유하면 2차선 도로를 4차선, 8차선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회사 측은 CPU가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을 테라바이트급(TB)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새로 개발한 기술을 인텔 플랫폼을 통해 검증했다. 검증에 참여한 데벤드라 다스 샤르마 인텔 펠로는 “CXL 기술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컴퓨터가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CXL을 중심으로 강력한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차세대 컴퓨팅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해 CXL 기반 D램 모듈의 출시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데이터센터 전용 고성능 SSD(PM9A3 E1.S)를 양산하고,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HBM-PIM)를 개발하는 등 차세대 표준을 주도하는 제품·기술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가 집적도 경쟁 대신 설계와 솔루션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며 “어떤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잡느냐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