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제조업 제품 가운데 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1분기 28.5%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이 공장을 증설하는 등 설비투자를 늘릴 때 필요한 자본재의 해외 의존도가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반도체 설비투자 수요가 늘었지만, 생산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화하고 있는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핵심 장비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에 장비수입 급증…자본재 해외의존도 40% 넘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국산은 0.1% 줄었지만 수입이 12.5% 늘어난 결과다. 이에 따라 제조업 국내 공급 중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상승한 28.5%로 집계됐다. 수입점유비가 분기 기준 28.5%를 기록한 것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제조업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원인으로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의 증가를 꼽았다. 빈현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반도체 장비는 크게 웨이퍼 가공장비, 반도체 검사장비, 반도체 조립장비, 기타 반도체장비 등 4개 항목으로 나뉜다”며 “반도체 설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네 개 항목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수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자본재의 수입 의존도는 작년 1분기보다 8.8%포인트 늘어난 40.1%를 기록했다.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은 제조업 재화를 크게 최종재와 중간재로 분류하는데, 최종재는 다시 소비재와 자본재로 나뉜다. 중간재의 수입점유비는 25.8%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감소했지만 자본재(8.8%포인트)와 소비재(1.5%포인트)의 수입점유비 증가가 제조업 전체의 수입 의존도 상승을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생산장비를 국산화하지 않으면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핵심 생산장비를 대부분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분야는 상위 4개 해외 기업(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ASML, 도쿄일렉트론)이 세계 시장의 60%(2019년 기준)를 장악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첨단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기르기 위해 반도체 장비 업체에 과감한 세제·금융 지원을 하는 한편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