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출점제한 규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마찰을 우려해 2010~2013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세 차례 일몰이 연장돼 2025년까지 규제가 적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 설립·전환 시 제출하는 서류 수와 종류가 타당한지를 3년마다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0년 3월 서류 규제는 그대로 둔 채 3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한 일몰만 해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5∼2020년 정부의 일몰 규제 심사 결과를 분석해 10일 발표했다. 전경련이 분석한 것은 재검토형 일몰 규제다. 일몰제는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지되는 효력 상실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규제 연장을 검토하는 재검토형이 있다. 전경련 분석 결과 재검토형 일몰 규제는 9200건 중 2.9%인 266건만 폐지됐다. 나머지 93.4%는 규제가 연장됐다.

전경련은 각 부처가 일몰 규제를 부실하게 심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각 부처는 일몰 시기가 다가오면 자체 평가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친다. 이후 법령안 정비를 추진하지만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단순 재연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경련 설명이다.

또 2015∼2020년 유지·개선하기로 결정된 재검토형 일몰 규제 8589건 중 21.7%는 일몰 설정이 해제되면서 규제는 두고 일몰 기한만 삭제됐다. 일몰제를 사실상 규제 도입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호주는 발효일부터 10년이 경과한 규제는 자동 폐지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비슷한 규제가 계속 필요한 경우 재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호주 법무부에 따르면 일몰 시한이 2012년 4월~2018년 10월인 일몰 대상 규제 중 34%는 대체입법 없이 폐지됐다. 28%는 일몰 기한 도래 전 폐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호주를 규제 사후영향평가 모범국으로 평가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려면 시한이 지났을 때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도록 일몰 규제를 제정하고,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