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금융상품 녹취·숙려제도’의 시행 첫날 은행들이 80여 개 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파생결합펀드(DLF) 등 복잡하고 손실 위험이 큰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시 지켜야 할 의무와 절차 등을 규정한 금융당국의 행정규칙이 시행 1주일 전에야 발표된 영향이다. 이사회 의결과 상품설명서 개정 등에 필요한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은행권에서 나오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은 이날 85개의 펀드(은행별 중복 포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가 중단된 펀드는 삼성코스닥150 1.5배 레버리지 인덱스, 한국투자코스닥두배로, NH아문디1.5배레버리지인덱스 등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을 편입한 국내 주식 파생형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날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는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정의와 가입 시 상품 설명 과정 녹취 의무, 2영업일 이상 숙려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난도 금융상품은 원금의 20% 넘게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과 파생상품, 운용자산의 수익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 등이다.

문제는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에 필요한 절차를 규정한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규정’이 제도 시행 1주일 전인 지난 3일에야 발표됐다는 점이다. 이 개정안에선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했다. 투자매매·중개업자들이 고난도 상품 판매 시 교부해야 할 설명서에 ‘손실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와 ‘해당 상품의 목표 시장 내용 및 설정 근거’를 포함하도록 했다.

은행으로선 이미 판매하고 있던 펀드라도 고난도 금융상품에 해당한다면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상품설명서에도 일부 내용을 추가해야 판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행정규칙이 1주일 전에 나오면서 이사회를 열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