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大금융지주 서둘러 새 페이 앱
카드·저축은행 등 한데 묶은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 '맞불'
"범용성·편의성 높여야 성공"
5대 금융지주 모두가 ‘××페이’를 내놓기로 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이 우위를 점한 간편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결제가 대폭 늘어나는 와중에 조만간 추진될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업) 사업과 종합지급결제 라이선스 사업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간편결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가운데 차별성을 갖지 못하는 서비스는 쉽게 도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대 금융지주, 그룹 통합간편결제 ‘시동’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하나카드 앱을 ‘원큐페이’ 단일 앱으로 통합하고, 아이폰 유저를 포괄하기 위해 QR결제 가맹점을 늘리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하나카드는 여러 개로 분산돼 운영 중인 앱을 올 11월까지 통합하고 장기적으로 하나금융 차원에서 계열사 결제 서비스를 단일 앱으로 합치는 작업도 벌이기로 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통합 플랫폼 구축은 사용처를 확대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지주사도 앞다퉈 그룹 차원의 통합 결제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KB페이’를 선보였다. 기존 KB국민카드의 신용·체크카드 기반 스마트폰 간편결제는 물론 국민은행 계좌 결제와 상품권 및 포인트 결제, 근접무선통신(NFC) 단말 결제 등을 지원한다. 연내 KB손해보험, KB저축은행, KB증권 등 다른 계열사와도 서비스를 연동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달 신한카드 앱 신한페이판을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한 ‘신한페이’를 출시했다. 우선 신한은행 계좌 결제를 연동했고 조만간 신한금융투자와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등 자회사 계좌 결제도 연결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함께 통합 결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농협금융도 NH농협카드의 ‘올원페이’를 ‘NH페이’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준비 늦었다? ‘차별성’도 관건
금융사들은 간편결제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액은 하루 평균 4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6% 증가했다. 2016년(이용 건수 210만 건, 금액 645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건수와 금액 모두 일곱 배가량 불어났다.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액 비중이 45.7%로, 금융사 서비스(30.4%)보다 높았다.
금융사들이 서비스 구축을 서두르는 건 마이페이먼트 사업과 종합지급결제 사업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종합지급결제 사업은 예금과 대출 업무를 제외한 급여이체,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 기반 서비스 전반을 제공할 수 있는 ‘핀테크 사업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금융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어서 기존 금융사들엔 커다란 위협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이 종합지급결제 사업 라이선스를 받으면 은행과 카드사의 거의 모든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사들이 수세에 몰려서야 변화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앱카드 기반의 금융사 간편결제 서비스는 네이버나 카카오, 삼성페이 등 시장을 선점한 간편결제 서비스보다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금융그룹 계열 은행의 결제 계좌를 막아 놓았던 게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네이버가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AI) 연구용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 페이스북 등의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10일 발표한 서울대와의 AI 공동연구 프로젝트 등 글로벌 AI 전략에도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이날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작년 10월 미국 엔비디아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슈퍼팟(Superpod)’을 도입했다. 여기엔 엔비디아의 AI 시스템인 ‘DGX A100’이 140대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DGX A100은 세계적으로 AI 연구에 널리 쓰인다”며 “한 대만 써도 웬만한 AI 연구는 가능한데, 이를 100대 넘게 구축했다는 건 글로벌급 연구를 하겠다는 전략적 행보이자 의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네이버가 이번에 도입한 슈퍼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약 14페타플롭스로 추정된다. DGX A100 시스템이 280대 들어간 슈퍼팟이 28페타플롭스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14페타플롭스는 1초에 14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페타플롭스는 슈퍼컴퓨터의 대표적인 성능 지표다.이는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평가기관 ‘Top500.org’의 평가 순위상 20위인 미국 국립에너지연구과학컴퓨팅센터(NERSC)의 슈퍼컴퓨터 ‘코리(Cori)’와 동등한 수준이다. 세계 각국 민간 기업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만 따지면 엔비디아의 ‘셀린’,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의 ‘HPC5’,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담맘-7’, 프랑스 토탈의 ‘파네가3’ 등만이 네이버보다 위에 있다. 페이스북(91위), 인텔(328위) 등도 네이버에 못 미친다.네이버가 정식으로 Top500 순위에 등재한 것은 아니다. 구글 등의 슈퍼컴퓨터도 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네이버가 세계 최상위권의 AI 인프라를 갖춘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네이버는 AI 개발 인력 확보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채용한 개발자 400여 명 대다수가 AI·데이터 관련 인력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900여 명의 개발자를 뽑는다.네이버가 AI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는 이유는 회사의 검색 엔진,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등 사실상 모든 서비스에 AI가 쓰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강화된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서비스 전반의 AI 기능 고도화, 클로바 AI콜과 같은 AI 솔루션 확대, 한국어 AI 언어모델 개발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서민준 기자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최근 3개월 새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등 ‘스마트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금액이 2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 빅테크를 규모와 속도 면에서 뛰어넘는 계획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의 리옌훙 창업자가 “자동차는 정보의 금광”이라고 말한 것처럼 중국 빅테크들은 스마트카가 미래 첨단산업의 집약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협업해 리스크 줄여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와 바이두, 샤오미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근 내놓은 스마트카 전략을 분석한 결과 총 투자 규모가 190억달러(약 2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년 넘게 스마트카에 투자해온 구글이나 애플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19년까지 30개 글로벌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한 금액은 총 160억달러였다. 구글의 웨이모가 2009년부터 11년 동안 35억달러를 투입한 것이 최대였다. 애플은 6년 동안 10억달러를 썼다.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올 한 해에만 스마트카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 제재로 기존 주력 산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화웨이는 스마트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주된 방식은 중국의 기존 완성차 업체에 자율주행 운영체계를 공급하는 것이다. 인텔이 PC에 로고를 다는 것처럼 자동차에 ‘화웨이 인사이드(HI)’ 로고를 붙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베이징차그룹 계열사인 블루파크, 전기차 업체 사이리스 등이 최근 ‘HI’ 로고를 부착한 신차를 잇달아 선보였다. 화웨이는 창안차, 광저우차 등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공급할 예정이다.이런 협업 방식은 기존 완성차 업체와 화웨이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독일 폭스바겐이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해외 경쟁사는 물론 테슬라나 웨이라이(NIO) 등 신생 전기차 기업에 비해서도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화웨이는 자동차를 제조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1년에 3000만 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홈그라운드라는 점이 빅테크가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도록 하는 배경이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차 한 대당 1만위안(약 170만원)만 벌 수 있어도 큰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운영체계를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테크들이 스마트카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후발 중국이 선발 미국보다 유리”바이두도 화웨이와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민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큰 지리차와 함께 지두차를 설립한 데 이어 합작사에 5년 동안 77억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지두차는 향후 3년 내 첫 신모델을 내놓은 뒤 12~18개월 간격으로 계속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웨이라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샤오펑의 2대주주로서 이들과 미래차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반면 스마트폰·가전 업체인 샤오미는 직접 스마트카를 제조하는 길을 택했다. 스마트카 자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에 10년 동안 100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중국 빅테크들의 스마트카 진출이 미국에 비해 늦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자동차산업은 선도 사업자의 실패를 보고 배운 후발주자가 나중에 더 크게 성공해왔다”고 했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네이버와 서울대가 ‘한국형 초고도 인공지능(AI) 기술’ 확보를 위해 손을 잡았다. 자금 수백억원을 네이버가 투자하고, 양측에서 총 100여 명의 글로벌급 연구인력을 투입하는 일명 ‘초대규모(Hyper scale) AI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공동연구를 위해 교수직과 연구직을 서로 개방하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산학협력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AI 국가경쟁력 위해 손잡아네이버와 서울대는 10일 초대규모 AI 공동 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초대규모 AI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 네이버와 서울대의 AI 연구원 100여 명이 AI 연구에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관련 연구비로 2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AI 산학협력 연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이번 산학협력은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다. 그동안 개별 프로젝트 방식의 산학협력과 달리 네이버와 서울대 연구원은 한 곳에서 밀착해 협력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연구진은 겸직 교수로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대 연구진은 네이버의 AI 연구에 참여한다. 네이버가 보유한 슈퍼컴퓨팅 시설과 관련 데이터도 공유해 공동연구센터에서 사용할 계획이다.네이버는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처음으로 AI에 활용할 언어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의 AI 관련 시설과 데이터, 양측의 연구 역량이 합쳐진 공동 AI 연구센터를 통해 글로벌 경쟁자들에 맞설 초대규모 AI 분야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도 “양측의 AI 인재들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AI 인재 확보 ‘일석이조’ 포석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어 인공지능 언어 모델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 역사상 최고의 자연어 처리 기반 AI로 평가받는 오픈AI사의 ‘GPT-3’ API(프로그램 언어 형식)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GPT-3 API를 분석해보면 97%가 영어다. 한국어는 0.01%에 불과하다. 애초에 글로벌 인터넷상 한국어 데이터가 0.6%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서울대는 언어·이미지·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AI도 개발할 계획이다.이번 협력은 네이버의 AI 인재 확보 전략의 한 갈래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AI 인재 양성을 위해 서울대 학생들을 위한 인턴십과 산학협력 프로그램도 운용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해외 IT 기업처럼 국내에 턱없이 부족한 AI 인력을 미리 ‘입도선매’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구글은 유수 대학을 직접 지원하는 전략으로 AI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구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하는 데 익숙해진 대학 구성원들이 구글을 선택하도록 친화적 환경을 미리 조성하는 방식이다. 구글이 국내에서 KAIST, 서울대 등과 AI 분야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마이크로소프트(MS)도 국내 주요 공과대학과 다양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원생의 MS 인턴십 참여를 독려해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잦다. 2005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친 한국인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금만 대는 경우가 많은 여느 산학협력과는 다른 유기적 결합이 눈에 띈다”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김주완/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