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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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쇼'가 끝난 뒤, 도지코인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지코인은 '도지파더'를 자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미국 TV 예능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출연을 앞두고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막상 생방송이 시작하자마자 30% 넘게 빠지더니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오전 4시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은 594원에 거래됐다. 지난 8일 오후 2시께 기록한 역대 최고가(889원)보다 33.1% 떨어졌다.

머스크는 9일 오후 12시 30분(현지시간 8일 오후 11시30분) 방송된 SNL에서 어머니 메이 머스크와 도지코인을 소재로 한 콩트를 선보였다. 메이가 "어머니날 선물을 주다니 매우 기쁘구나. 도지코인은 아니겠지?"라고 묻자 머스크는 "도지코인이 맞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도지코인이 뭐냐는 질문에 "화폐의 미래"라고 말하다가 "사기"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가격에 호재가 될 '센 발언'을 내놓을 것이란 일각의 기대는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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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장난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머스크가 좋아한다고 해서 유명해졌을 뿐 이 코인을 활용하는 사업은 딱히 없었다. 머스크는 올 들어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코인은 모두의 암호화폐" "작은 X(아들)를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 등의 홍보성 발언을 이어갔다. 자기소개를 '도지코인 전 CEO'라고 바꿔놓은 적도 있다.

SNL 방송 다음날, 그가 경영하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달 탐사를 추진하는 한 민간기업으로부터 모든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받기로 했다. 10일 국내 도지코인 가격은 30%가량 반등해 700원대로 올랐지만 이내 약세로 돌아섰다.

도지코인에 대한 머스크의 관심이 식은 것은 아니지만, 오직 '머스크 효과'에 의존해 이어지던 상승장은 끝나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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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값이 이상과열 징후를 보인 지난달 초부터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투자가치 없는 코인의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다.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주목받는 까닭은 최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지코인은 발행량이 무제한이고, 이미 1295억개가 풀린 데다 1분에 1만 개 이상 생성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도지코인 열풍은 최근 투기가 과열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런 코인이 잘나가는 것은 시장에 결코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도지코인의 가치를 거품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소수의견'이 있긴 하다. 마이크 부셀라 블록타워캐피털 파트너는 "도지코인의 진짜 가치는 오늘날의 '밈(meme) 문화'에 있다"며 "향후 소각 또는 새로운 공급방식 구현을 통해 도지코인 값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지코인에는 제대로 된 개발팀조차 없는 상황이다.

켄트 베이커 아메리칸대 교수는 "투자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고, 기대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도 높아진다"며 "수많은 개미들이 투자를 늘릴 때는 너무 늦은 시점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5월11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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