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평택공장 출고센터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DB
쌍용차 평택공장 출고센터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DB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졸업 이후 쌍용차의 전기차 분야 확장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이달 쌍용차 공개 입찰을 앞두고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인 몇몇 업체들은 벌써부터 전기차 중심으로 쌍용차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흑자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쌍용차의 전동화 모델로는 E-모션(프로젝트명 E100)이 전부다. 이마저도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다.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전용 모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 세대 전 모델로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쌍용차 공개입찰 늦어도 이달 말…케이팝모터스 등 관심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은 늦어도 이달 말 실시될 전망이다. 매각 주관사는 조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 인수에는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뛰어든다. 기존 잠재적 투자자였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한다. 이 밖에 그간 알려지지 않은 미국·중국 업체들도 한 곳씩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가 주도하고 있지만 전동화 시대로의 전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쌍용차가 보유하고 있는 전동화 모델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기반의 준중형 전기차 코란도 E-모션뿐이다. 전기차는 고사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전무하다.

지난해 7월 공개된 E-모션은 올해 출시가 계획돼 있었지만 9개월째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E-모션은 시험 생산, 배출가스 인증 등 출시에 필요한 모든 과제를 마치고 양산만 앞둔 상태다. 그러나 법정관리 사태 여파로 협력업체가 납품을 거부하면서 출시가 계속 밀리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가 계획됐던 'J100'(프로젝트명)도 같은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로 공장마저 멈춰 선 여파가 크다. 지난달 쌍용차 판매는 총 4381대로 전년 동월 대비 35.7% 줄었다. 전월 대비로도 38.7% 감소폭을 보였다. 이 기간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2배 이상 판매 실적를 거두며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벌렸다.

“전기차로 흑자전환 가능”…입찰 의사 비춘 업체들 전략

 케이팝모터스와 박석전앤컴퍼니, 쌍용차 인수를 위한 전략적 제휴 체결./ 사진=케이팝모터스
케이팝모터스와 박석전앤컴퍼니, 쌍용차 인수를 위한 전략적 제휴 체결./ 사진=케이팝모터스
쌍용차 인수 후보들은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보를 통해 흑자전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업체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사업 모델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쌍용차의 새주인이 되기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법정관리 이후 유력 인수자로 떠오른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를 통해 축적한 전기차 기술력을 쌍용차에 적용하겠다는 계획.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쌍용차의 미래는 전기차에 달렸다며 자사의 전기 모터·배터리 등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분명한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우리가 인수하면 10년 이내 전기차 선두업체가 될 수 있다"며 "쌍용차에 전기차 기술을 얹으면 여러 곳에서 생산의뢰가 올 것이다. 5년 이내, 이르면 3년 이내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쌍용차 인수를 위해 손잡은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는 최근 쌍용차 인수가 확정되면 국책연구기관들과 함께 기존 승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나가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21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생산직과 기존 하도급업체 종업원 등을 위한 '전기차 기술 습득 교육방안'을 제시했다. 또 관계기관 협조를 얻어 쌍용차 사내 기술대학을 설립하고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쌍용디젤차를 쌍용전기차로 대체해나가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의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는 최근 현지 경제 매체를 통해 쌍용차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지원은 전기차 개발에 한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쌍용차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가능한 자체 플랫폼 'MESMA 350'을 활용해 쌍용차에 SUV용 파워트레인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쌍용차 E100./ 사진=쌍용차
쌍용차 E100./ 사진=쌍용차
단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경우 전동화 전략으로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E-모션은 내연기관차 플랫폼으로 제작된 전기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과 비교해 '한 세대 이전' 전기차 모델인 셈이다. 시장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등 신차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엔 인수 의사를 내비친 업체들의 자금 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천억 단위 자금을 투자해 인수를 진행하고, 전기차 플랫폼 전용 신차를 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앞서 선행돼야 하는 게 회사 정상화"라며 "정상화를 위해서는 운영비, 인건비, 자금이 매월 수백억~수천억원이 들 수 있다.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그러므로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야 해 여론이 이를 지지할지 불투명하다고 이 교수는 짚었다.

그는 "전기차로 수익을 내려면 적어도 10만대 이상은 팔아야 한다. 현대차, 기아도 현재 아이오닉5와 EV6를 각각 4만대, 3만대 판 상태인데 쌍용차가 10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내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 전기차만 만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물론 전기차를 쌍용차에서 출시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고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E-모션 같은 경우는 지난해 내놨으면 그나마 티볼리에 대한 향수, 기존 쌍용차 소비 계층 등의 수요를 자극해 판매가 비교적 원활했을 텐데 시기를 놓친 측면은 있다"고 짚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