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인 가구 1억명 눈앞…여성 소비 주목 [이슈+]

싱글족 4억명 전망…'골드미스' 늘어나
여성 대상 프로모션 앞다퉈…명품시장 성장
드라마 '겨우, 서른'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드라마 '겨우, 서른'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중국 드라마 '아직, 서른'의 여주인공 왕만니는 6년차 명품 브랜드 매장 판매원이다. 고향집에서는 왕 씨에게 귀향을 종용하지만 그는 중국 상하이 매장의 '슈퍼바이저'로 승진하기 위해 몰두한다. 그는 고객에게 "보석은 모든 여성의 꿈을 나타낸다"며 "아름다운 물건이 눈앞에 있는데 설레지 않을 여자가 세상에 어디에 있느냐"며 미소짓는다.
왕 씨와 같은 여성 싱글족이 중국에서 늘어나면서 이른바 '타징지(她经济·그녀 경제)'가 주목 받고 있다. 젊은 여성의 경제력 성장과 함께 이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생긴 것이다. 중국 유통가에서는 이같은 이른바 '1코노미' 시장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1인가구 비중 증가…"싱글족 조만간 4억 넘는다"
지난달 말 중국 하이난의 한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달 말 중국 하이난의 한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에서는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수가 매해 뚜렷하게 증가하며 관련 소비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11일 중국 내무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 독신인구(2억4000만명) 중 1인 가구는 7700만명이었지만 올해는 9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혼인은 급감하는 흐름이다. 중국 헝다연구원이 집계한 '2021 중국 혼인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혼인 등록건수는 2013년 1347만건에서 지난해 813만건으로 추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두자릿수(12.2%)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싱글족 증가와 함께 1인 가구의 소비력이 부각되고 있다.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자)에 이어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자)가 중국 내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자료=KOTRA 제공

자료=KOTRA 제공

글로벌 리서치 기업 닐슨은 '중국 싱글 경제 보고서'에서 "중국의 싱글 인구 증가 추세와 함께 1인 가구의 소비력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일어나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1인 소비자 비중이 42%로, 비(非)싱글 (27%)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다인 KOTRA 상하이 무역관 과장은 "중국의 독신 경제의 주요 소비주체는 비(非)싱글족에 비해 소비 성향이 높고, 자기 만족과 개인의 삶 향상에 관심이 높다"며 "편리함을 위해 기꺼이 지출을 감행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올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징동의 춘제(설) 소비 동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입증됐다. 춘제 기간 1인 가구 관련 상품의 매출 규모가 치솟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애완동물 식자재, 옷 등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뛰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싱글 인구 증가가 개인 생활용품과 애완동물용품 판매 증가와 높은 상관성이 있는 만큼 올해 춘제 소비가 중국의 사회 현황을 반영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의 싱글 인구는 4억명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타징지가 이끄는 중국 내수…'여왕절' 타깃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소득 증가와 함께 내수 소비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현대 중국 여성은 보다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소비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확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여성의 경제력을 지칭하는 '타징지'란 신조어가 생긴 배경이다.

유통가에서도 여심 공략 프로모션에 적극 나섰다. 대표적인 게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중국 유통업체들이 펼치는 '여왕절(女王节·女神节) 마케팅'이 있다. 어머니, 배우자, 딸, 여성 지인을 위해 선물과 꽃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 이어 '셀프 선물' 프로모션도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직접 벌어 스스로를 위해 소비하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 트렌드를 접목시킨 소비 행사로 꼽힌다.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여성 소비자를 마케팅 대상으로 하지만 기업이 집중하는 소비층은 미혼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3월 기준 2500여개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소비에서 여성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4.8%에 달했다. 여성의 자아의식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수요가 점차 왕성해지고, 소비구매 영역이 더욱 넓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골드미스인 '성뉘(剩女·잉여여성)' 증가는 중국 명품 수요 급증을 뒷받침하는 한 요소이기도 하다. 세계 1위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프랑스 에르메스 등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모두 두자릿수 급증하며 1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명품의 주요 구입처인 면세점의 세계 판도가 바뀌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소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지난해 세계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면세점 제도를 변경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하이난다오 면세점 월평균 매출과 이용객수는 이전 대비 각각 3배, 2배 급증했다"고 전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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