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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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부업에 대출을 해주라고 하지만, 그 꼬리표를 누가 감당하려 할까요?”

은행에 대부업자에 대출을 해주도록 유도하겠다는 최근 금융당국발 뉴스에 대한 의견을 한 은행 관계자에게 물으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주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대부업체를 대하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 한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을 많이 다루는 우수 대부업체에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 7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낮추면서 대부업이 위축되고 저신용 서민 대상 대출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취하는 조치다.

대부업체는 합법적인 서민 금융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린다.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이 거절된 사람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다. 사금융에선 연 수백~수천%의 이자를 물어야 할 때도 비일비재하다.

대부업체들도 자금을 다른 금융사에서 빌려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시 대출해주는 ‘마진 영업’을 한다.

대부업체에 들에겐 '고금리 장사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대부업을 불법인지 합법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대부업체들이 대부업이라는 법정 용어를 바꾸려고 노력해온 이유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과거 행정지도를 통해 은행들에 대부업체에 대출을 내주지 말라고 해왔다. 행정 지도가 폐지됐음에도 은행들은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부업체들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사모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 대출 금리를 평균 1~2%포인트 낮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해왔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유명무실해졌으나 은행들은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대부업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준 은행이라는 비난을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국회에 불려가 공격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최근까지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은 내년 1월부터 대부업 대출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기존에 보유한 대부업체 채권을 완전히 정리하고 있다. 국책은행 계열사가 대부업에 돈을 대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에 따른 조치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산은캐피탈이 대부업체의 ‘전주(錢主)’ 역할을 하는 게 올바르냐는 의원들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취하는 조치다.

은행들이 대부업체에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또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올라가고 시중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합법 금융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대부업체들은 아래위로 경영 압박에 처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아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에 진퇴양난의 기로에 있기 때문에 대출해주는 게 위험해보인다는 타당한 논리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대부업을 살리자는 것인지 죽이자는 것인지가 헷갈린다는 의견도 있다. 대부업 기반 금융사가 저축은행 인수할 땐 대부업 철수를 권고했고,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 대부업체를 고사 위기로 내몰고 있다. 은행에는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주라고 하는 반면, 국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은 대부업 채권을 매입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 대부업체를 취재했을 당시 한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대부업은 가라앉는 배입니다.”
좋든 싫은 금융업은 현실이다. 대부업체의 고사는 대부업에서만 돈을 빌려주는 서민을 위기로 내몰 것이다. 대부업계가 고사하면 그 다음 2금융 업계에 위기가 올 것임이 자명하다. 은행이 대부업에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게 은행 탓이 아닌 이유다.

김대훈 기자